구글, 애플, 코카콜라 등 해외 기업들은 일찌감치 주주환원책을 써 주주를 끌어 안았다. 이는 기업가치 및 시장 가치를 끌어 올리는 기반이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보수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매입 혹은 배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 배당 성과, 벤치마크 웃돌아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려오고 있다.
11월 30일 씨티 리서치에 따르면 MSCI월드 지수에 편입된 각국 상장기업의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지난 2년간 43%에서 51%로 높아졌다. 이는 장기 중간값인 46%를 웃도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바캡 채권 지수를 기준으로 한 글로벌 회사채의 연간 수익률은 1.7%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반면에 글로벌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2.7%이며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면 3.4%로 올라간다.
올해 수익률도 나쁜편은 아니다.
대신증권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주요 21개국 주식시장의 올해 예상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예상배당수익률은 3.11%로 지난해 평균인 3.17%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4.91%로 올해 예상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스페인(4.85%), 호주(4.51%), 러시아(4.28%), 영국(4.04%)도 4% 이상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그다음으로는 대만(3.83%), 프랑스(3.73%), 터키(3.32%) 등도 평균을 웃돈다.
반면 우리나라는 1.78%로 20위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S&P500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의 30%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자가 기업들의 해외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기간 해외 소득에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세금 코드를 단순화하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담당 수석 분석가는 "2004년 감세 조치 경험에 비춰보면 송환되는 해외자금의 상당 부분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현금 중 미국으로의 송환 자금이 약 20%(150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매년 늘려나가고 있다. S&P500 기업의 자사주 취득 금액은 지난 2009년 1380억달러에서 지난해 5722억달러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30%가 넘는다. 주가도 좋다. 자사주 매입이 잦은 100개 종목 주가를 산출해 만든 'S&P500 자사주 매입기업지수'는 S&P500지수의 수익률을 웃돈다.
◆'과유불급'
다만 지나친 주주 친화정책이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활동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의 기업 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순익에서 차지하는 배당금의 비율이 높아가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틀"을 마련하는 한편 단기순익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무시할 것을 CEO들에 권고했다.
양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미국 기업의 주주환원과 관련해 나오는 우려 중 하나는 현금부족으로 기업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주주환원이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증거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주주환원이 늘었음에도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비용은 2009년 4543억 달러에서 지난해 7264억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도 1655억 달러에서 2541억 달러로 연평균 9.0% 늘어났다.
양 연구원은 "한국 상장 기업의 경우 미국과 비교해 수익을 주주환원 또는 투자를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현금성자산 형태로 과도하게 축적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바람직한 주주환원 정책 방향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