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야경. /SK이노베이션
저유가 기조 장기화와 트럼프의 당선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정제마진의 상승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 수익의 지표가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다. 11월 초 9.9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장기간 높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유 등의 비용을 뺀 가격으로, 정유업체 수익의 척도가 된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10달러를 넘겼던 정제마진은 3분기 공급과잉으로 인해 급락했다. 글로벌 정제 설비 가동률이 치솟은 탓이다. 제품에 따라서는 지난 8월 2.2달러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정유 4사의 3분기 영업이익도 상반기에 비해 악화됐다. 정유 4사의 2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1조1100억원이었지만, 3분기는 9822억원이었다.
3분기 정제마진이 급락하자 경쟁력이 낮은 소형 정제설비 가동률이 떨어졌다. 중국과 미국 정유업체들의 설비 정기보수도 이뤄졌고 일본, 호주 등지의 노후 설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했다. 지난달 말 미국 동부 앨라배마 주 휘발유 수송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폭발 사고도 마진 상승을 부추겼다.
급격하게 회복된 정제마진이 다가온 겨울의 영향으로 유지되며 정유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겨울철은 난방유 수요 증가로 등유와 경유의 정제마진이 대폭 상승한다. 지난 25일 휘발유 정제마진은 9.5달러를 기록했고 경유는 그보다 높은 12달러를 달성했다.
정유 4사의 연간 최대 실적은 2011년 달성한 6조8135억원이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총합이 1조1273억원을 넘기면 이 기록을 깨뜨릴 수 있다. 정제마진이 비교적 높았던 1분기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1조854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일 8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을 결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소규모 정제설비(Teapot)에 대한 중국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도 긍정적이다. 다만,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기준을 충족한 중국 경유의 국내 도입 가능성, 트럼프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공약 등은 장기적인 우려를 낳는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윤곽은 12월 중순이 되어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까지 정제마진 추세는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발 공급과잉이 심화된다면 다시 상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