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부터 매달 10만원씩 중국 본토 펀드에 돈을 넣고 있는 자영업자 박모 씨(56)는 요즘 불안하다. 5년 수익률이 30%를 넘어 아직은 안심이지만, 트럼프가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되면서 중국이 타깃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맞 대결 한다면 투자자산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할 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스톰'에 중국관련 펀드가 흔들리고 있다. '선강퉁(深港通·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집어 삼킨 모양새다. 선(深)은 선전을, 강(港)은 홍콩을 의미하며 선강퉁은 양쪽을 통(通)하게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강퉁은 유망 신성장 종목들이 모여 있는 선전 증시에 국내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길이 5일부터 열린다.
덕분에 증권사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는 전화통과 씨름하는 일이 잦다.
A증권사 한 영업점에 근무하는 B씨는 "휴대폰 벨소리에 경기가 날 정도다"며 "요즘 처럼 정치·경제적으로 변수가 많을 때는 전망이 무의미 하다. 그렇다고 고객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다. '최순실 국정농락'사태까지 터지면서 투자자들이 좌불안석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투자자들은 위기 때 마다 반복돼 온 중국 증시 폭락의 악몽을 기억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펀드가 어떻게 되느냐. 그대로 둬도 괜찮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투자자들의 심리다.
◆ 중국 펀드 트럼프발 악재 우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본토 펀드의 설정액은 3조566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한달새 679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중국 증시 급락으로 중국 본토 펀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3.63%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연초후 수익률도 -10.50%로 수익률이 하락했다.
홍콩H펀드에서도 한달 동안 582억원, 6개월 동안 3179억원이 유출됐다.
중국증시가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선강퉁 시행을 앞둔 중국 증시는 추세가 양호하다. 상하이 증시는 지난 1일 3243.84를 기록,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선강퉁 시행, 부동산 규제로 인한 자금의 증시 유입, 연금의 증시 투입, 중국 증시의 MSCI 편입 가능성 등 호재도 많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45%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중국경제에 좋을게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줄고, 한국 GDP는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수석연구위원과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반세계화 시대의 세계화'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반세계화는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 주요국 간 갈등 심화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국제교역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올해 글로벌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2.8%에서 1.7%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전망도 3.6%에서 1.8∼3.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선강퉁 투자 신중하게 접급해야"
5일부터 국내 투자자가 선전증시 상장사에 투자할 수 있는 선강퉁이 시행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전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선전증시 메인보드(A주)의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7.68배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 PER이 12.74배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유동원 키움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전증시 상장사의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으로 선강퉁 시행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단시간 내 급증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