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규모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민들의 눈이 정치권에 쏠린 사이, 한반도를 강타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가금류 농가 피해를 비롯해 달걀 공급 차질로 인한 '달걀대란' 우려, 살처분 집행 공무원들의 피로누적, AI 고위험군 증가에 따른 인체 전염 가능성 등 AI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형국이다.
방역당국이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기세가 쉽게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번 AI 사태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4년의 피해를 뛰어넘을 거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국 23개 시·군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타나 210개 농가의 육용오리, 산란계, 종오리 등 810만 수가 살처분·매몰됐다. 현재 25개 농가 155만5000수에 대한 살처분도 계획돼 있어 조만간 살처분·매몰된 가축의 수는 100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용예산과 예상소요액을 합친 살처분 보상금액도 4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AI 사태를 통해 산란계 532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특히 산란계를 낳는 산란종계의 약 35%에 해당하는 30만 마리가 살처분돼 향후 달걀가격 상승으로 인한 '달걀대란'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또 닭고기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AI의 직접적 피해가 없는 생계(살아있는 닭) 등 육계 가격도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AI가 확진된 지역에서 살처분을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현재 전국의 가축방역관은 674명으로 이는 적정인원 128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전국 보건지소 등에 배치된 공중보건의격인 공중방역수의사들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도 업무량 폭주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번에 전국에 확산하고 있는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국내에선 처음 발견된 것으로 내부 유전자 변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AI 바이러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인체감염의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방역당국은 이동중지명령(Standstill) 추가 발동 및 영남지역의 AI 방역시설을 긴급 점검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확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엄중한 국정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며 "특히 AI방역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계부처, 지자체, 업계 등과 협조해 철저한 방역과 가금류 수급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