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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철강/중공업

[현장 르포] 울산 현대중공업-거제 대우조선해양 등 불황 돌파위해 희망의 불씨 지피다

9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에 있는 거대한 골리앗 클레인이 주문받은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장사도 안되고 연금받아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어요. 우리 부동산도 곧 문닫아야 할 상황입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조선업이 세계 경기부진과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았다. 단순히 공장 하나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1시께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울산은 한 때 국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도시,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녹록치않은 상황이다. 울산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도 상황은 비슷했다.

울산 동구 전하동에 위치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부동산 가격.



◆조선업 구조조정에 끝없이 추락하는 지역경제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 상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여파로 주민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과거에는 예약을 받아 운영할 정도로 바빴는데 이젠 찾는 손님도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 전하동에서 8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최모(58세)씨는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식당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최근에는 하청업체도 사라지면서 매출이 절반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곳에서 수년간 부동산을 운영해온 김모(54세)씨는 "2014년까지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 등 건물의 공실률은 없었다"며 "그런데 지난해 (현대중공업이)구조조정을 시작한 뒤로 거래가 없다"고 푸념했다. 이어 "1년 전 월 50만원 수준의 원룸이 지금은 38만원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최근에는 집이 비어있는게 싫어서 그냥 들어와서 살라는 건물주가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곳의 아파트는 평수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평균 3000만~4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울산 동구 인구는 17만4635명 수준으로, 현대중공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한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3500여명 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울산 동구청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인구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3660명, 삼성중공업에서 1795명, 대우조선해양에서 676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옥포항과 아주동 인근은 가게입구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만 흐를 뿐, 거리 전체가 조용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의 빌라가 밀집한 아주동 주민센터 주변 빌라촌에는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다.

이곳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직원들이 생활하는 지역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가량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조선소 일감 감소로 직원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본사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도 대거 이탈하면서 조선소 인근 빌라들이 대부분 빈집으로 있다"며 "최근에는 해외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예전에는 호텔에서 생활했지만 비용을 절감하면서 그나마 오피스텔 거래는 조금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조선업 부활 하나…밤낮 가리지 않고 공장 가동

울산, 거제 등 조선소가 밀집한 지역경제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직원들은 희망을 위해 밤낮가리지 않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원 사기 등 사내 분위기는 크게 저하됐지만 남은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아직도 직원들이 모이면 구조조정 여파인지,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라며 "그래도 내년부터 조선업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직원들도 조만간 활력을 되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에 찾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경우 인근은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공장 울타리안에는 선박 제조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2000년대 조선업 호황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줄어들었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실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3사가 내년에 영업환경 개선에 힘입어 수주회복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사상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반짝' 순풍이 불어올 전망이다. 영국 에너지기업 '뉴에이지'가 발주하는 콩고-브라자빌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입찰이 이달 중순 마감된다. 5억달러(약 58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내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데 국내 '빅3' 모두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 초 사업자가 선정되는 인도네시아의 자바-1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역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란에서 13억달러(약 1조5200억원) 규모의 선박 수주에 성공하고,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호그LNG와 1조원이 넘는 LNG운반·재기화선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데 이어 12월과 1월, 성수기를 맞아 업체들의 수주 소식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인해 발목을 잡혀 멈춰 서면서 이에 따른 구조조정 진행도 더디게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아주동에서 만난 주민 박모(42)씨는 "최순실 사태로 조선업 관련 모든 현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면서 정부 구조조정이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수주가뭄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산업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내가 먹고살기가 힘든데 최순실게이트나 대통령 하야나 탄핵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냐"며 "정부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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