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대형금융회사 정리제도가 도입된다.
대형금융회사인 시스템적 중요 금융회사(SIFI)의 부실 발생에 대비해 매년 회생·정리계획을 작성·유지토록 하고 SIFI의 부실 발생 시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할 수 있도록 채권을 상각 또는 출자전환하는 방안 등을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과 공동으로 '금융회사 회생·정리제도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를 골자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유관기관 간 협의를 거쳐 금융사 회생·정리제도 도입방안을 확정한 후 내년 초부터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AIG·리먼브라더스 등 SIFI의 부실이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과 납세자 과도 부담 등을 야기함에 따라 G20 등 주요국은 지난 2010년 서울정상회의에서 SIFI 부실 발생 시 체계적 대응을 위한 회생·정리제도 마련에 합의한 바 있다. 이듬해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금융회사의 효과적인 정리제도 핵심원칙'이란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해당 권고안에 따라 FSB 회원국들은 회생·정리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도 올 1월부터 유관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회생·정리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공청회는 TF에서 마련한 방안을 토대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선 FSB 권고안 중 국내 미도입사항인 회생·정리계획(RRP), 채권자 손실분담(베일인), 조기종결권 일시정지 등에 대한 국내 도입방안이 논의됐다.
먼저 대형금융회사인 SIFI의 부실 발생에 대비해 매년 회생·정리계획은 작성·유지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대형금융사는 위기 시 자체정상화 노력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전 계획인 회생계획을 작성해야 하고 예보는 대형금융사의 자체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위 등 정리권한 행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사전 계획인 정리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또한 대형금융사인 SIFI의 부실 발생 시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할 수 있도록 채권을 상각 또는 출자전환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의 경우 법상 보호되는 보호한도 내 예금, 조세·임금·담보채권 등을 손실분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영향 등을 고려하여 당국의 재량으로 추가 제외가 가능하다. 공청회에선 "국내 도입 시에도 보호한도 내 예금 등 법상 보호되는 채권은 손실분담 대상에서 제외된느 것이 타당하며 그 외 채권에 대해선 해외사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 외 정리절차 개시를 이유로 파생상품거래 등의 계약상대방이 대규모로 조기종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 정리절차가 개시될 경우 금융계약의 조기종결권을 일시적(2영업일)으로 정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일시정지 기간을 2영업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고려해 일시정지 기간을 결정한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EU 국가 중 베일인 제도 시행의 첫 시험대에 오른 이탈리아 은행 BMPS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FSB 권고안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가져올 효과를 신중하게 검토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며 제도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