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H5N6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AI로 인한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발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23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린 바 있다.
방역당국은 15일 가축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의결하고 정부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에 대한 최종 확정 여부는 조만간 열릴 정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빠르면 16일 중 발표될 예정이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현재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안성에서 음성으로의 지역간 수평전파도 확인되고 있다"며 "앞으로 거창오리 등 야생철새의 도래 확대를 통한 영남지역 AI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위기경보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부산시 기장군 소재 토종닭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토종닭 24수를 살처분 하고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AI 최종 확진 여부는 19일에 나올 예정이다.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면 우선 상황본부의 규모가 확대되고 현 상황을 국민과 가금류 농가에 자세히 알리는 담화문 형식의 조치가 내려진다.
또 전국의 모든 방역 관리 대상이 상시 폐쇄 조치가 가능한 행정조치 대상으로 분류되고 전국 모든 시군에 'AI 지역재난안전본부 설치'가 설치된다. 이와 함께 전국 주요도로에 대한 통제초소 설치도 강화된다.
방역당국은 이외에도 군 생화학 부대 인원을 포함해 대규모 군 병력을 살처분 및 방역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됨에 따라 통제본부를 농식품부에 둘 것인지, 국민안전처에 둘 것인지 등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26개 시·군 266개 농가에서 닭,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 1140만 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앞으로 31개 농가 약 404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도 예정돼 있어 15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매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4년 1396만 마리를 살처분 했던 공식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