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 김정일 여사가 15일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김정일 여사는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부인으로 슬하에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수호 전(前) 한진해운 회장(2006년 별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현숙 씨 등 4남 1녀를 뒀다.

1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조 창업주를 내조하며 한진그룹의 기틀을 닦는데 평생 헌신한 조력자였다. 1923년생인 김 여사는 1944년 조 창업주와 결혼했다. 둘째 며느리였지만 살림을 도맡아 시어른을 봉양하고 시동생들을 보살피는 등 맏며느리 역할을 했다.

조 창업주가 1945년 11월 설립한 한진상사가 한진그룹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김정일 여사의 헌신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조 창업주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김 여사는 주변의 만류에도 현지에 마련된 김치 공장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며 궂은일을 솔선하는 면모를 보였다. 고향을 떠나 전장에서 수송 작업을 하던 한진상사 직원들은 헌신하는 김 여사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갖은 위험에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손수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 청소를 하는 등 소박한 삶을 살았다. 추운 겨울에도 필요한 방에만 난방을 하는 등 본인에게는 검소했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들에게는 아낌없는 나눔을 베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임종을 앞두고 본인이 모은 쌈짓돈으로 소박한 장례를 치러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남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고인의 빈소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