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마스터' 이병헌, 변신에 끝이 없는 배우
'마스터'서 강동원·김우빈과 호흡
진회장,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악
할리우드서 알아봐준 가능성 감사
"촬영 순간 순간마다 놀라움을 주는 배우" "감독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의 감정까지 고민하는 배우" 영화 '마스터' 조의석 감독이 정의한 배우 이병헌의 연기관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을 압도한 배우 이병헌이 2016년의 대미를 장식할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진현필)'으로 분한다. 이제는 글로벌 배우로 명성을 얻은 국가대표급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은 이번 작품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여러 번에 걸친 분장 테스트를 거듭했다.
영화 '마스터' 개봉을 앞두고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배우라는 가면을 내려놓은 다소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스터'는 최대 규모 액수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 김재명 팀장(강동원)과 사기범 진회장, 그리고 그의 브레인 박장군(김우빈)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마스터' 출연을 결정지은 이유는 매력적인 진회장 캐릭터때문이었어요. 조의석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조희팔' 이야기를 쓰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비밀이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어둡고 사실성이 묻어나는 영화가 탄생할 줄 알았는데 초고를 보고 많이 놀랐죠. 생각했던 영화의 톤과 많이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마스터'를 오락영화로만 놓고 본다면 그 나름대로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무엇보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모습과 감정을 달리하는 진회장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병헌의 첫 등장씬은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수만 명의 원네트워크 회원들 앞에서 인간적 매력과 화려한 쇼맨십을 선보이는 진회장의 모습에 관객마저 눈을 뗄 수가 없다.
"상당히 공들인 장면이에요. 감독님도 그 장면을 위해 연설문을 쓰시느라 한달 정도 걸렸고요.(웃음) 영화를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은 제가 사기꾼으로 나온다는 걸 알고 오실 거예요. 하지만, 첫 씬에서 원네트워크 회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제 역할을 설득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관객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저를 쫓는 김재명의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명분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악'인 진회장이 처음부터 와닿는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단숨에 자기합리화하는 인물'이라고 주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연기한 강동원과 김우빈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안에서 부딪히는 씬이 있다면, 그 안에서는 싸우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경쟁심이나 기싸움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상대방과 연기가 잘 맞는다면 좋은 시너지를 내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죠.(웃음) 강동원 씨와는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촬영이 겹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김우빈 씨는 물 흐르듯 상대방의 대사도 잘 받아치고 본인의 대사도 잘 해내는 친구라는 거예요."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본 이병헌의 소감은 어떨까. 이병헌은 "촬영이 끝난 뒤 영화 개봉을 앞둘 때면 항상 객관성을 잃는다"며 "'광해' '내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영화 속 연기나 영화에 대한 총평을 주변인에게 물어봤다. '마스터'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힘들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살짝 걱정이 되는 점은 '런닝타임'이라며 "농담같겠지만, 영화 보기 전 꼭 화장실을 들렀다 가라"고 웃음과 함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전작 '내부자들'은 이병헌이라는 배우에게 많은 것들을 안겼다. 올해 다수 영화제를 통해 1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한동안 불거졌던 논란도 잠재웠다. 대신 '명불허전 연기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전작은 현실을 지독하게 끄집어냈고, 너무나 센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반면, '마스터'는 오락 영화의 컨셉을 강하게 띠기 때문에 신나게 즐기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해요. 유쾌한 범죄 오락인만큼 관객에게 사랑받는 건 내부자들 못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진회장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중한 캐릭터죠. 재미있게 촬영했고요. 이 캐릭터가 관객들의 뇌리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지는 개봉해봐야 알 것 같아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을 시작으로 '레드: 더 레전드'(20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매그니피센트 7'(2016)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시 한 이병헌. 할리우드에서 그는 카리스마 있고, 액션이 가능한 배우로 통한다. 이병헌은 "아직 수많은 작품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다. 세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정도"라며 "액션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에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다행히 최근 두세권 정도 들어온 시나리오가 액션과 관계없는 역할이예요. 저의 가능성을 할리우드에서도 조금씩 알아봐준다고 생각하니 기쁘죠. 일전에 '할리우드 가서 발차기만 하는 배우는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액션이 싫다는 건 절대 아니예요. 다만, '액션이 없었을 때 과연 저 배우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불안을 깨부수고 싶어요. 저 또한 영어로 미묘하고 디테일한 감정선을 연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