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의 성금액을 표시하기 위해 광화문에 세우는 사랑의 온도탑이 예년에 비해 낮은 온도를 보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조사와 탄핵 정국, 검찰수사 등으로 재계가 몸을 사리며 기부 활동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그룹들은 성금 기부에 동참하면서도 앞장서 나서진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는 주요그룹들이 앞장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주도했다. 지난해 모금 캠페인 첫날인 11월 23일에 현대차그룹은 250억원을 기부했다. 다음날 LG가 120억원을 내놓으며 사회 각계의 참여를 독려했다.
12월 10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직접 방문해 500억원을 기탁했다. SK도 20일 120억원을 보탰다. 그룹들의 참여가 이어지며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목표금액 3430억원보다 70억원 많은 3500억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의 모금에 그쳐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3588억원을 목표로 세우고 지난달 21일 모금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몹표액의 1%가 모금될 때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17.8도에 그쳤다. 전년 동기 43.3도에 비해 25.5도나 낮다. 지난해 1484억원이 모였던 것에 비해 올해 모금액은 57% 감소한 638억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사랑 성금 모금이 더딘 모습을 보이자 움츠렸던 재계가 동참에 나섰다. 19일 LG는 하현회 ㈜LG 사장이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을 방문해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성금 120억원을 전달했다. 하현회 LG 사장은 "연말을 맞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LG가 가진 역량을 통한 다양한 공익사업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G의 지원으로 사랑의 온도탑은 3.3.도 상승해 20도를 넘길 수 있었다. 삼성도 지난해와 같은 500억원을 전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만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가 성금을 기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SK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성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이 지난해와 동일하게 990억원을 낸다면 사랑의 온도탑은 약 27.6도 상승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4대 그룹이 기부에 앞장선다면 다른 기업들의 참여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