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재계의 노사간 임금·단체협상 갈등 분위기는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임금 협상을 1년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이 해를 넘겨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12년만에 민주노총 복귀를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오전 6시 30분부터 울산 본사와 전북 군산, 충북 음성, 서울 등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는 22일까지 3일간 진행하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2004년 이후 12년만에 민주노총으로 복귀하게 된다.
개표는 22일 오후 1시 30분 투료를 완료한 뒤 사업장별 투표함을 모아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진행하며 늦어도 오후 6시쯤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앞서 지난 15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170명 가운데 130명이 참석해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직 형태 변경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1987년 설립된 노조는 2004년 하청업체 직원의 분신과 관련해 '반노동자적 행위'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로부터 제명됐다.
이후 한국노총, 민주노총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개별 사업장 노조로 활동하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사측과의 마찰이 계속되면서 민주노총 복귀를 추진해 왔다.
만약 현대중공업의 금속노조 재가입이 결정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 최대 노조 가입으로 금속노조 영향력은 자동차에서 조선 쪽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 금속노조는 조합원 10명 중 8명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할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
현대중공업 노조 영향으로 사내 협력업체와 중소업체 노조의 금속노조 도미노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임금협상조차 마무리짓지 못한 대항항공 노사는 올해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그간 37%의 임금인상률을, 사측은 1.9% 인상률을 고수해 괴리가 컸다. 지난 7일 진행된 교섭에서 조종사노조는 29%로 하향 조정된 임금인상률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20일부터 12일 간 파업에 돌입했다. 조종사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2월 20일부터 쟁의 행위에 돌입했으며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정했다.
이에 정부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에 대비해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하고 24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에 대비해 20일 오전 9시 30분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하고, 관계기관의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열린 대책본부 회의에는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이 참석했다. 대한항공은 스케쥴 조정 등 선제적 대응을 통해 결항 노선을 최소화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고객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전 안내와 대체편 제공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감편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항공사들에게 대체 항공편 제공, 안전점검 강화 등을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