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계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비박계의 탈당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는 비박계가 추천하는 비대위원장을 세우고 전권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20일 열린 의총에서 친박계는 유 전 원내대표의 당 통합과 쇄신을 위한 공개적인 정견발표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비박계는 비대위원장 추천을 요구해놓고 조건을 다는 것은 그동안 밝혔던 당 쇄신 의지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의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당 화합을 바탕으로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왜 거부하겠느냐"면서 "의원들은 그분(유승민 의원)이 당을 화합 쪽으로 이끌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만약 비대위원장에 관심 있다면 왜 그런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얘기해야 한다"면서 "의총에서는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안된다는 분위기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유 전 원내대표의 대선출마 포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밝힐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주류가 당 운영을 제대로 못해 국민적 질책이 쏟아졌기 때문에 비주류에 당권을 넘기는 게 당 통합을 이끄는 지름길"이라면서 "갑자기 유 의원으로부터 개혁 프로그램을 듣겠다는 것은 비주류에 위원장을 넘기겠다는 정 원내대표의 얘기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영철 의원도 "지금까지 비대위원장이 되려는 사람이나 거명된 인사가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아달라'고 얘기한 사례가 없다"면서 "유 의원이 어떠한 취지로 위원장이 되겠다는 것은 모두 알려진 사실인데 정견을 발표하는 것이야말로 사족을 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총에서 친박계가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 입장을 드러내자 비박계는 이번 주중으로 집단탈당 여부를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심재철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 14명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도 오늘 의총 논의 결과로 봤을 때 거부된 것으로 판단한다. 더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불분명한 시간 끌기로 혼란이 계속돼선 안 된다"면서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적으로 돌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황영철 의원은 전했다.
탈당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20명 이상은 분명히 될 것이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는 21일 오전 유 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동을 열어 탈당 결의를 시도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