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스키 시장의 위기, 저도 위스키가 해법인가?
국내 위스키 시장에 저도 위스키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토종 위스키 회사인 골든블루가 국내 최초로 36.5도의 도수를 가진 저도 위스키 '골든블루'를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들도 저도 위스키를 잇따라 선보였다.
최근 페르노리카는 35도 무연산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40도 임페리얼 12년산과 같은 출고가격(2만6334원)을 책정한 '35 바이 임페리얼'을 내놨다. 디아지오 역시 35도로 낮춘 17년산 위스키 '윈저 W 시그니처'를 기존 40도 윈저 17과 같은 출고가(4만7원)로 출시해 3종의 저도 위스키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윌리엄그랜트엔선즈의 '그린자켓', 롯데주류의 '블랙조커' 등 올해만 해도 약 6종류의 저도 위스키가 새로 출시됐다.
위스키 업체들이 저도수 위스키를 쏟아내는 이유는 매년 감소하는 매출을 개선하기위한 것이 크다. 골든블루가 매년 큰 폭으로 나홀로 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에서 실적을 올리려면 골든블루가 선점하고 있는 저도 위스키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위스키 업체들의 저도수 시장 공략 전략은 매출 개선이 아닌 시장의 구조만 변화시키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주력제품인 40도 제품의 판매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그 줄어든 부분을 저도 제품이 대체하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현상이 일어나면서 저도수 위스키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40도 이하의 저도수 위스키는 올해 11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누적판매량이 44.3% 증가하며 모두 32.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40도 이상의 위스키는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이 17.9% 감소했다.
저도수 위스키로 인해 매출이 개선된 부분은 없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저도 위스키를 출시한 업계 1위 디아지오의 경우 저도 위스키인 W시리즈의 작년 동기대비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이 약 86% 성장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17.2% 줄었다. 주력 상품인 윈저의 시장 점유율도 6.9% 감소했다. 저도수 신제품은 성장하지만 기존 제품의 판매량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매출규모나 점유율은 떨어지는 것이다.
박희준 골든블루 마케팅본부장은 "저도 제품이 잘 팔리지만 매출이 반등하지 않는 현 상황은 위스키 업체들이 잘못된 미투 전략 때문이라"며 "미투 전략은 신규 시장이 생성되었을 때 필요한 것이지 기존 시장을 대체할 때는 효과가 적다 현재 필요한 것은 위스키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어드는 시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것은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유일하게 매출액, 판매량, 점유율 등이 성장하고 있는 골든블루는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과도한 프로모션이나 미투 제품 출시가 아닌 위스키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우는 위스키 대중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경쟁만을 지속한다면 시장자체가 무너져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골든블루는 위스키 대중화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올해 20·30세대를 위한 위스키 브랜드 '팬텀'을 론칭했다. '팬텀'은 위스키를 올드한 주류로 인식하고 있는 20·30세대를 위해 개발한 트렌디한 위스키다. 보드카 같은 무색투명한 화이트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한 35도의 정통 위스키 '팬텀 디 오리지널'로 구성되었다.
골든블루는 '팬텀' 브랜드를 통해 36.5도의 '골든블루'를 선호하는 기존 소비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전한 음주문화를 지향하고 더 부드럽고 더 낮은 도수의 정통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하는 새로운 소비층을 개척하여 위스키 대중화를 통한 매출증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증류, 숙성, 병입 등 모든 과정을 거치는 코리안 위스키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수출을 통해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위스키 주요 소비국인 영국, 미국, 일본 등은 모두 자국산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고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골든블루는 최근 마스터블렌더 육성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한국 위스키 시장의 발전과 최고의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진 2명의 학생을 선발해 세계적인 마스터 블랜더들을 배출한 해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 양조·증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골든블루는 학생들이 온전히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비, 항공비 전액과 소정의 체류비 등을 부담한다. 골든블루는 매년 지속적으로 신청자를 모집해 양조·증류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