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유통 결산④]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
올 한해 가장 논란이 많았던 유통 기업 중 하나는 '롯데그룹'이다. 대한민국 재계 5위, 유통기업 1위인 롯데그룹이 대규모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총수들 또한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한 지 132일 만에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수개월 동안 충분한 내사를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3부자의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했다. 다만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백화점·면세점과 관련해 총 3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로 롯데가 추진 중인 상다수의 사업이 중단되거나 철회하는 등 상처를 입었다. 롯데호텔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수사 과정에서 혐의 입증 능력 부재, 강압적인 조사, 청와대 눈치 보기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재현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영자, 정운호 게이트 '불똥'
가장 먼저 검찰에 출두한 오너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정관계 로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신 이사장에게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내 좋은 위치 선정 등 혜택을 받고자 브로커를 통해 신 이사장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고 보고 있었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신 이사장과 연루되면서 일이 커지게 된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면세 사업을 뺏기며 재도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사건이 터져 더 곤혹을 치루게 됐다.
이후 검찰은 신 이사장의 자택,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 회사 BNF통상, 롯데장학재단 내 임원 사무실 등을 샅샅히 뒤졌다. 압수수색이 끝나고 신 이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면세점 외에도 신 이사장은 200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초밥집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부터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4곳의 수익금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다. 이때 신 이사장이 받은 수익금은 약 14억7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검찰측은 봤다.
또 BNF통상에 자신의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명목으로 35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최근 신 이사장은 검찰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 및 추징금 32억3000여만원을 구형받았다. 검찰측은 "신 이사장이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30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자신의 회사에서 40억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 9월 면세사업부를 운영하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롯데쇼핑, 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이사는 내려놓지 않았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재입찰에 성공, 내달 초 운영을 재기할 계획이다.
◆3부자 '불구속 기소'
검찰은 당시 대부분 비상장사인 롯데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총 240여명이 투입,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수색 대상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6곳이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정보통신, 롯데홈쇼핑, 대홍기획 등이다.
약 4개월에 걸친 수사는 사실상 미완으로 끝났다. 검찰은 지난 10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 5명을 한꺼번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대규모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혜택 등의 실체만 규명하고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롯데그룹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수사 결과 롯데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는 횡령과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았다. 신 전 부회장도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챙겨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롯데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개입되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최순실 압박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은 70억이 면세점 특혜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상장 연기·인수합병(M&A) 무산
'신가(家)의 수난'이 계속되면서 롯데가 계획 했던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됐다. 해외사업에도 급제동이 걸리며 대규모 M&A도 무산됐다. 검찰 수사로 인해 경영에도 차질을 빚은 것이다.
롯데호텔은 유럽 진출을 통해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잇는 글로벌 호텔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를 위해 호텔롯데는 프랑스 파리의 5성급 호텔과 체코 프라하에 190여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면서 인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골프장을 보유한 미국 리조트에 대해서도 인수 검토 단계에서 철수했다.
세계 3위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1위 면세점 도약을 위해 미국과 호주 등에 근거지를 둔 면세점 인수를 검토했으나 검찰 수사 이후 이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 회사인 엑시올사 인수를 추진했다. 지난 6월초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6월 10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인수제안을 자진 철회해야만 했다.
대한민국 재계 5위 롯데그룹의 2016년은 그야말로 '수난의 해'였다. 내년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타워 개관, 월드타워점 면세점 재기, 호텔롯데 상장 추진 등의 사업 계획을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