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실적과 평판에서 서로 대치되는 상황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4·4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반면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혔고 LG전자는 최순실 게이트를 비켜났지만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각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4분기 실적 전망과 최근 국내외 평판 등이 서로 대치되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략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매출 51조2750억원, 영업이익 8조534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영증권은 29일 삼성전자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하는 대신 영업이익은 38.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삼성전자가 4분기 8조5000억~9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노트7 악재 털어내기 성공
당초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으로 휴대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IM부문의 실적 악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이 갤럭시노트7의 충격을 완전히 흡수했다. 특히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며 가격이 급등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올해 1·4분기 2조6300억원, 2·4분기 2조6400억원, 3·4분기 3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 부문은 4·4분기 4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48단 3D낸드플래시, 올해 18나노 D램 양산을 시작하는 등 경쟁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IM부문 영업이익도 2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IM부문은 영업이익이 2·4분기 4조3000억원에서 3·4분기 1000억원으로 추락한 바 있다. 갤럭시노트7의 충격에서 빠져나온 데는 상반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의 컬러 마케팅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3월 11일 출시된 갤럭시S7 시리즈에 블루코랄·블랙펄 등 새로운 색상과 128기가바이트(GB) 대용량 모델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영증권은 원화약세로 인한 우호적 수출환경 조성,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IT시장에서의 기술 우위 등의 요인으로 "삼성전자가 내년 영업이익 34조원을 시현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반도체 부문 18조2000억원, IM 부문 9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 4조7000억원, 가전 부문 1조6000억원"을 예상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희비 엇갈린 두 기업
이러한 성과에도 삼성전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년 첫 근무일에 진행되던 신년하례식은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시무식도 예정되어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매년 12월 초 열리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도 무기한 연기됐고 연말 인사와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이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공세를 받으며 '삼성 청문회'를 겪었다. 서초사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특검까지 삼성을 겨눈 수사를 하고 있어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한 해를 마치며 정리해야 할 일들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7년이 오는 게 아니라 2016년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로 홍역을 앓고 있다면 LG는 한 발짝 비켜나 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를 통해 78억원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 삼성, 현대차, SK에 이러 네 번째 규모지만 별다른 경영차질은 빚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국가가 좋은 일을 한다는 데)기업이 반대할 입장은 아니었다", "명분이 있으면 다음 정권에서 또 내겠다. (그러니 정부가 기업에 준조세를 요구할 수 없도록)국회에서 입법해 막아달라"고 한 발언은 기업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는 지난 11월 11일까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을 형상화한 점등광고 'V20 타임'을 실시했다. /LG전자
◆LG전자, 평판 얻었지만 실적은 놓쳐
LG는 지난 1일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개편도 순조롭게 단행했다. 내년 1월 글로벌 CEO 전략회의도 정상 개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 1인 CEO 체제로 전환됐고 MC사업본부 조준호 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조성진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 참석해 내년 사업방향을 설명할 방침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로운 LG전자이지만 실적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5 판매 부진으로 지난 3·4분기 MC사업본부에서 4364억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 영업적자는 7921억원에 달했다. 특히 한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41%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지만 정작 글로벌 톱5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앱 정보업체 앱텔리전트는 회수 중인 갤럭시노트7 사용자가 V20 사용자보다 많다는 통계를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V20은 하루 5000대 정도가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LG전자 MC사업부가 4·4분기에 전 분기보다 많은 4548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상승으로 TV사업 이익마저 축소돼 MC사업부의 실적을 만회해줄 '흑기사'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IBK투자증권은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