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세종대왕, 비서실장은 정도전, 국무총리는 김구, 국방부장관은 광개토대왕, 과학기술부장관은 장영실, 해군참모총장은 이순신….'
세월이 하수상하니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전면개각' 명단이다.
이들을 정사와 야사로 구분하면 평가가 조금씩 달라질수는 있겠지만 조상들 중에서도 엄청난 분들이 동시대에 다시 나타나 내각을 꾸린다면 어떨까하는 기발한 생각이 녹아있는 글이다.
그런데 단순히 웃어넘길 수 만은 없는 것이 직책과 이름을 맞춰보면 제법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의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들쑤셔지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상상력은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임기가 끝나가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영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한때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목소리가 높아지고, 국회에서의 탄핵이 결정되면서 그럴싸한 새 대통령을 찾아야하는데 그 인물이 쌩뚱맞게(?)도 오바마였던 것이다. 미국 갤럽이 지난 11월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는 57%의 지지율로 미국 국민들로부터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당시 첫 흑인 대통령이 돼 8년째 거함 미국을 이끌면서 국민들에게 '지도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결과일게다.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하고,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아이가 쏘는 거미줄에 맞는 시늉을 하고, 몸무게를 재는 참모의 뒤에서 발을 올려놓으며 장난스럽게 웃는 오바마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이 된 그를 부러워하기보단 그런 대통령을 둔 미국인들을 부러워해야했다.
지지율 4%의 대통령을 둔 국민들의 자괴감이 이같은 부러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하지만 병신년은 간다. 그리고 정유년은 온다. 우리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으니 새해엔 스스로 수습해야한다. 늘 이런식이라 원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세밑에 국민들에게 '한 표'가 어떤 의미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