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촛불을 통해 시민의 힘, 촛불을 든 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한 해였다. 그래서 올해 선거는 내 한 표가 가진 힘과 무게를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대선이라 인물도 중요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사태를 보면서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시킬 대선주자를 포함한 그룹들의 도덕성과 자질도 더 꼼꼼하게 따져보려고 한다."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서울사는 한 40대 유권자의 새해 각오다.
'대.통.령', 이 세 글자는 지난 한 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한 단어일 것이다. 어쩌면 대통령제가 실시된 이후 처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혼란스러운 해였다면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원년이 돼야 한다.
정치인과 측근들의 부도덕성, 진보와 보수의 갈등, 정권과 재벌의 정경유착, 갈수록 극심해지는 빈부격차, 치솟는 청년실업률로 인한 미래세대의 불안,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한국 경제 등이 모두 정유년 새해 대한민국에 안겨진 커다란 숙제들이다.
이같은 강렬한 염원은 지난해 마지막날까지 전국을 환하게 밝힌 촛불로 충분히 증명됐다.
1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1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10월29일부터 12월31일 마지막날까지 총 10회의 집회동안 촛불을 든 국민은 전국적으로 1000만명이 훌쩍 넘었다. 퇴진행동측은 하나의 의제로 1000만명 넘는 인원이 집회를 한 것은 역사상 첫번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반성'과 제대로 뽑아야겠다는 '각오'가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끈 결과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날에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종로 일대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집회와 '재야의 종 타종식'을 함께하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전날 부산 서면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개혁을 위해선 시민들이 정치권(국회)을 압박해야한다. 개헌 역시 필요한데 시민들이 개헌을 위해 어떤 내용의 개헌이 될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투표권을 쥐고 있는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표를 통해 대한민국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촛불을 1987년 당시의 6월 항쟁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간극이 클 수 있는 1987년 세대 엄마·아빠와 2016년 세대 아들·딸이 '대통령'을 놓고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있을 대선은 당시 국민들이 스스로 이룩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지 꼭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직전 17대 때는 63%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고작 6~7명만이 투표를 했고 나머지 3~4명은 결국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야한다.
광화문 집회에 7차례나 참여했다는 한 30대 시민은 "그동안 정치엔 문외한이었던 내가 촛불집회를 통해 세상을 깨닭았다. 올해 대선에선 내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