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들을 찾아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황금같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설 연휴에 끼어들어서가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김영란법, 물가상승 등 머리속에 '계산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AI로 계란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폭등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덜 한 대형마트에서는 평균 8000원이면 30구가 들어있는 한 판을 살 수 있지만 SSM(기업형슈퍼마켓), 일부 소매점 등 에서는 1만5000원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계란 값 인상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설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차례상이나 제대로 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계란값 아끼자고 음식을 안할 수 없는 것이 주부들의 고민이다. 애석하게도 부침개나 전 등 명절음식에는 계란이 많이 필요하다.
명절 불청객은 '계란대란' 뿐만이 아니다. 작황부진 탓에 채솟값도 치솟고 있다. 대파는 물론 마늘, 당근, 고추, 부추 등도 다 가격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민들 입장에서 마음 놓고 차례상 준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설 선물세트도 골치아픈 계산거리다. 이번 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유통업계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그닥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마진율이 높은 고가의 상품보다 '5만원 미만'이라는 한정된 저가 상품을 많이 내놨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백화점 3사 조차도 값비싼 한우 대신 돼지고기를, 옥돔과 굴비 등 고급 해산물 대신 고등어를 내놓는 등 객단가를 많이 낮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이 예전같지 않은건 기분 탓 만은 아니다. 그야말로 명절이 까탈스러워졌다.
하지만 명절의 본질은 '한 해의 첫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계란 못 넣은 떡국을 먹는다 한들 한살 덜 먹는 것 아니고 작년까지 한우 선물을 받았는데 돼지 불고기 선물 받았다 한들 마음과 정성이 빠진 것도 아니다.
어려울 수록 '실속'을 챙기는 명절을 보내야 한다. 설을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설 명절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