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올해 그룹 차원의 시무식 없이 계열사별 시무식을 진행한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각사
국내 주요 그룹들이 새해를 조용하게 맞이하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에 잔뜩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은 첫 근무일인 2일 시무식을 진행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종무식을 생략하거나 간소하게 치른 가운데 시무식 역시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총수들의 별도 신년사나 신년하례식 없이 각 계열사별로 조용하게 새해를 시작하고 있어 예년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삼성·현대차 그룹 차원 종·시무식 없어
삼성은 매해 12월 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종무식을 겸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개최했지만 지난해는 열지 않았다. 종무식을 생략한 가운데 시무식도 2일 계열사별로 조용하기 치러질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매년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을 가져왔지만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계열사별 시무식만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관리를 위해 해외에 체류하다가도 신년하례식 참석을 위해 귀국하고 경영화두가 담긴 신년사를 발표했었다. 이 내용은 삼성 사내방송으로 생중계돼 왔다.
신년하례식이 계열사별 시무식으로 대체된 이후로는 이 부회장이 계열사 시무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그나마도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계열사 시무식 참석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관계자도 "직원들에게 권장 휴가를 쓰도록 하고 있다"며 시무식이 조용하게 치러질 계획임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일 수원사업장에서 권오현 부회장 주재로 시무식을 진행한다. 갤럭시노트7 단종, 최순실 게이트 등의 악재를 겪은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이슈도 있는 만큼 심기일전하자는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일 그룹 차원 종무식을 생략한 현대차그룹은 시무식도 2일 계열사별로 진행한다. 그룹 내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류에 따라 51개 계열사가 따로 시무식을 연다는 방침이다. 정몽구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은 새해 첫 출근일 양재동 본사 강당에서 그룹 임직원과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시무식을 열어왔다. 정몽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년 판매목표와 전략 등을 밝혀왔지만 올해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내년 중국 충칭 공장을 완공하는 현대차는 2일 오전 8시, 멕시코 공장 생산대수가 20만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기아차는 9시에 각각 시무식을 연다. 내년 판매 목표도 각각 발표할 전망이다.
LG그룹과 SK그룹은 시무식을 개최하고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사
◆LG·SK, 시무식서 "변화와 혁신 강조"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조용한 종무식을 진행한 가운데 2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시무식을 연다. 이 자리에는 계열사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모두 모일 예정이다. 지난 23일 ㈜LG 종무식은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탠딩 형식으로 치러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가벼운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시무식에서는 혁신과 변화 가속에 대한 당부의 말이 나올 전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세계적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 강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구 회장이 변화와 혁신으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혁신은 신사업과도 연결된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인공지능(AI)·스마트홈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LG화학은 기존 화학·에너지에 이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2일 워커힐호텔에서 신년회를 개최한다.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에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혁신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2일 시무식도 최 회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조대식 신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이 참석하고 그룹 내에 생중계하는 등 대대적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생략했던 '스킨십 경영'도 부활했다. 지난 30일 최 회장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각 층을 돌며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과거에도 해왔던 이 스킨십 경영을 다시 시작한 것은 경영 전면에서 '젊은 SK'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다른 그룹들도 2일 신년회를 연다. 한화는 임원 이상 전원이 참석하는 신년 하례식을 열고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30분 내외의 시무식을 주재할 방침이다. 롯데는 주요 임원만 모여 정책본부 회의실에서 조촐하게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