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배터리 결함으로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벼랑끝에 몰렸던 시기였다. '내가 맡아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책임경영 차원이었다.
'경영자 이재용' 시대의 삼성전자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 손실을 반영하며 5조원대로 추락했던 실적은 2분기 만에 8조원대로 'V자 반등'이 예고된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에도 불구하고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왕좌의 자리를 지켜냈다.
◆8조원대 영업이익은 시작?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조730억원 규모다. 이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어닝쇼크(실적충격)에 빠졌던 3분기(5조2000억원)의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분기 만에 다시 8조원대 고공행진을 재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며, 지난 2분기 2년 만에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다시 열기도 했다.
IBK투자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68% 증가한 8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도 8% 증가한 51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분위기 전환의 일등공신은 전통적인 '실적 효자'인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중반대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3분기(3조3700억원)보다 최소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48단 3D 낸드와 18나노 D램 등 기술의 압도적 우위가 호실적에 힘을 보탰고,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단단히 한몫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IT모바일) 부문도 3분기에 고작 100억원 흑자에서 2조원대 영업이익으로 급반전했다. 갤럭시노트7의 대안으로 내놓은 갤럭시S7엣지 블루코랄 등이 시장에서 의외의 선전을 한 덕분이다.
덕분에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삼성전자는 '마(魔)의 180만원' 벽을 뚫고 200만원대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애플과 시총격차도 30% 중반대로 좁혀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줄곧 앞서가던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애플에 맹추격을 당해 2007년 5월 처음 역전당했었다.
'JY(이재용)' 시대의 지배구조 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최고의 승부사 자리도 머지않아 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후손에 물려줘도 아깝지 않은 주식이다"는 말이 머지 않아 나오지 않을까.
삼성전자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 배당금 증액, 분기 배당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와 내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해 올해 총배당 규모를 4조원 규모로 작년보다 30% 가량 확대하고 분기 배당 실시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선 '6개월의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정도였지만 시장에서는 공식화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줘 올해 총 배당 규모를 4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약속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만' 등 신성장 동력 기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017년에 34조7795억원의 영업이이을 올릴 것으로 본다. 이는 지난해 추정치 28조971억원보다 23.8% 늘어난 것이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09조3619억원(전년 대비 +4.6%), 26조7292억원(+22.4%)이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도 머지않아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약 9조3600억 원)를 들여 미국 전장(電裝) 전문업체인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증권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성장전략이 외부의 기술자원을 자신의 연구개발(R&D) 역량으로 활용하는 C&D(Connect & Develop·연결개발)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하만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및 오디오, 스피커 튜닝 부문 기술력을 감안할 때 이번 M&A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의 한계를 넘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인공지능 (AI) 시대로 진입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 사업과 함께 'JY시대'의 성장 축이 될 것이란 평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 개발을 추진해 이번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단숨에 시장 1위로 진입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등 추가 전장 사업에 진입하면 삼성전자는 전장의 양대 축인 안전과 편의 기술 사업을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M&A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2014년 8월 사물인터넷(IoT) 기업 '스마트싱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솔루션), 조이언트(클라우드 서비스), 비야디(전기자동차·스마트폰 부품), 비브랩스(AI 플랫폼 개발) 등을 인수했거나 지분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