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화동에 본사가 있는 부품 제조기업 이랜시스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생산, 관리 등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 대표적인 예다. /김승호
【인천=김승호 기자】"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인제 알았을까."
인천 도화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랜시스. 이 회사는 비데, 정수기, 연수기, 로봇청소기, 디지털도어록 등에 폭넓게 쓰이는 핵심 부품을 제조해 삼성전자, 코웨이, 도시바 등 국내외 대표기업들에 납품하고 있다. 2013년 하반기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이후엔 하노이, 호치민에 각각 공장을 짓고 이들 부품을 생산해 현지 거래처에 공급하고 있다.
'다품종·소량생산'의 전형으로 워낙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수많은 부품을 만들다보니 생산 및 품질관리가 늘 고민이었다.
원료 구매에서 부품을 생산하기까지 시간은 늘어지기 일쑤였고, 재고를 조사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또 생산정보를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입력하다보니 느렸고, 숫자가 틀리는 등 헛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문제는 더욱 커졌다.
발주부터 생산정보 취합, 업무 단순화 및 신속화 등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랜시스 심재귀 대표가 주목한 것이 바로 '스마트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이란 제품 기획, 제조,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해 가장 효율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올해 국내 360억원, 해외까지 포함하면 약 521억원의 매출을 목표할 정도로 작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비용 지출은 부담스러웠다. 연구개발(R&D)을 위해 매년 투입하는 6억원 가량의 일부를 갖다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다행히 2011년 당시 5000여 만원을 투자해 구축하고 2012년부터 본격 사용했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었다. 스마트공장으로 바꾸기 위해선 기존 ERP와 연동하는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을 도입하고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와 바코드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자동화가 관건이었다."
심 대표가 스마트공장 전환을 고민하던 지난해 초를 상기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1억700만원의 돈이 필요했다. 이 가운데 5000만원은 정부 지원금을 활용했다. 나머지 5700만원은 회사 돈으로 투입했다. 그러고나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데는 지난해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해놓고보니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메일이나 팩스로 하던 원료 발주는 SCM 웹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수작업이 필요했던 입고 등록은 바코드 스캔 한번으로 가능했다. 역시 일일이 갯수를 세야했던 재고조사는 PDA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수작업으로 생산하던 오일댐퍼도 자동화로 바뀌면서 생산량이 60% 가량 늘었다.
생산실적, 불량유무, 유실정보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생산, 관리 등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랜시스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분석한 결과 연간 6000만원 가량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자체적으로 들인 5000여 만원의 비용을 1년만에 빼고도 오히려 남은 셈이다. 특히 이랜시스의 스마트공장을 둘러본 일본 도시바측은 30억원의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러브콜'도 이어졌다.
이노비즈협회 이규대 회장과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왼쪽 두번째부터)이 3일 인천 도화동 이랜시스를 방문, 스마트공장내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 /중기중앙회
이날 현장을 같이 찾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은 지난 50여 년간 (대기업의)어시스트 기업으로 머물렀었다. 이젠 스스로 독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스마트공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올해를 중소기업들이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독립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도록 (중기중앙회가)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공장에 종업원이 밀려나는 등 고용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기우라는게 중소기업계의 설명이다.
'스마트공장 전도사'로 알려져있는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는 "스마트공장 가동을 통해 남은 유휴 인력은 다른 일에 재배치돼 업무효율성이 높아진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회사가 성장하고 추가 고용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품질이 좋아지고 신뢰도가 올라가면 수출도 늘어난다. 기업의 몸집이 커져 사람을 더 채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에 따르면 3일 현재 정부가 지원한 전국의 스마트공장은 총 2611곳으로 이 가운데 1566곳이 구축을 끝낸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곳을 만든다는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이 20억원 이상이면서 종업원이 10명 넘는 중소·중견기업에게 총 사업비의 50%, 최대 5000만원까지 스마트공장 구축 비용을 지원해줬다. 올해 지원 규모 등은 1월 중 새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