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창조경제확산위원회'를 꾸렸던 중소기업계가 '창조경제'란 용어를 폐기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했던 박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하반기 대권 후보 시절 기업 현장의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겠다며 '손톱 밑 가시'란 용어까지 꺼내는 등 중소기업계를 향해 적극 구애했었다. 실제 대선 과정에서 이같은 전략은 먹혀들어갔다. 이후 중소기업계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창조경제'란 단어를 곳곳에 활용하며 급기야 위원회까지 꾸려 정권에 화답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권이 조기에 끝날 상황이 됐고, 임기가 4년째를 넘기면서 당시 약속했던 '중소기업 대통령'도 결과적으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닭고 이참에 범중소기업계가 동참했던 위원회 명칭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기존 창조경제확산위원회를 조만간 '혁신·생태계 확산위원회'로 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7월23일 출범한 중소기업 창조경제확산위원회는 한 달 가량 앞서 발표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계획에 부응하고, 중소기업이 중심이 돼 창조경제를 실현하자는 의미에서 꾸려졌었다. 여기에는 현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조력자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도 함께 참여했다.
특히 총 49명으로 이뤄진 위원회에는 중소기업계의 맏형격인 중소기업중앙회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협회, 코스닥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 9곳의 회장들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 등 명실공히 중소기업계를 아우르는 대표 조직이 탄생했던 셈이다.
또 중소기업 단체들 뿐만 아니라 NHN 김상헌 대표 등 벤처기업 대표, 중소기업학회장 등 학계, 한국벤처투자와 코트라 등 지원기관 등도 위원회 멤버였다.
당시 출범식에선 현 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을 역임한 최문기 장관도 참석, 축하를 전했다. 취임한지 한 달도 안된 장관이 달려올 만큼 중소기업계가 만든 위원회의 위상이 상당했던 것이다. 당일 일부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현 정권이 종식을 고하고 있는 만큼 캐치프레이즈처럼 인식됐던 '창조경제'도 끝이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정권이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상당기간 용어의 정의를 놓고 혼란스러웠고, 사실상 지금도 (창조경제가)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 (정책 추진 등에)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다"고 전했다.
표 때문에 종사자수가 1400만명에 이르는 중소기업계를 끌어안아야했던 대선 후보와 이후의 대통령, 그리고 '손톱 밑 가시'를 확실하게 뽑길 원했던 중소기업계의 동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박 대통령이)중소기업들에게 표만 가져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