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 준비회의에서 유승민(오른쪽에서 네번째)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공식 창당했지만, 정책에서는 뚜렷한 색깔을 갖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신당은 새누리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다 보니 야권의 정책들과 맞물리며 '진짜 보수 정당'을 꾸리겠다고 밝힌 포부와 달리 안보 정책을 제외하고는 야권에 끌려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신당 정강정책 분과 팀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5일 오후 창당발기인 대회와 맞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인권·법치 ▲경제·과학기술·창업 ▲안보·외교·통일 ▲교육·복지·노동 ▲주거·의료·문화 ▲안전·환경·에너지 ▲정치·행정·지방분권 등의 큰 제목 7개로 나눈 정강·정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재벌개혁'·'복지확대' 등이 눈에 띈다.
보수신당은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에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한다"며 "저부가가치형의 수출 산업은 기술 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과 창업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주도의 추격형 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에 공정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구축해 기술 혁신에 의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추구한다"고 적시했다.
김 의원은 "저희는 지난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기존 수출 주도형 대기업 의존적 경제 구조의 수명이 다했다는 진단을 했다"며 "재벌 개혁으로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산업 생태계에 역동성을 추가해가는 방향으로 이번 정강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벌개혁은 야권에서 일찌감치 주장하고 있던 내용과 흡사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문화된 재벌 계열분리명령제를 실질화하고 기업분할 명령제를 도입,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을 대기업집단에서 강제로 분리·분할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보수신당의 재벌개혁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보수신당은 이번 정강·정책에 주거·의료·보건 복지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수신당은 "주택 등 부동산을 경기부양수단이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삶의 공간,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한다"며 "임대시장의 구조변화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경감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임으로써 가계 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주택 마련을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합리화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최소화 하는 등 실질적인 주거 복지를 실현한다"고 했다.
또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책임을 강화하고, 건강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지역과 소득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의 불균형이 없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불합리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경제적 능력과 상황에 맞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부과체계로 개편해 안정적인 재원 마련에 노력한다"고 적시했다.
이런 내용들도 지금까지 진보 정당에서 주장하던 내용들이라 보수층 일각에서는 '차별화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고, 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해졌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색깔'을 둔 잡음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보수신당 자체가 구심점 없이 단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를 반대하며 모인 '태생적 한계'가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대해서도 보수신당은 지난 4일 창당준비회의 직후 "선거연령을 18세로 하기로 전체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가 당내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하루 만에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신당의 리더격인 유승민 의원은 "학제를 개편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당겨서, 18세가 되면 대학생이 될 수 있도록 학제개편을 검토해 18세 투표권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선거연령 이슈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