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해 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그러나 은행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일시적으로 분기 실적은 줄어들겠지만 대규모 인원감축이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기대 못미칠 4분기 실적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들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가계대출 성장세가 가팔랐다.
4분기 실적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었지만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당초 KB금융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8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 희망퇴직 인원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그에 따른 비용도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인원은 2800명이다. 만약 신청자가 다 받아들여진다면 대신증권은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으로 82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반영한 KB금융의 4분기 순이익은 컨센서스보다 3000억원 가량 감소한 5000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742명이 퇴직했다. 이에 따라 4분기 순이익은 기존 컨센서스 1891억원을 밑도는 13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리딩뱅크 경쟁은 가열
지난해 KB금융이 선전하면서 리딩뱅크 경쟁은 가열됐다.
4분기만 놓고 보면 KB금융이 신한지주를 앞섰다. 신한지주의 4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소폭(1.7%) 증가한 4298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한다고 해도 신한지주보다 많다.
연간으로는 KB금융이 신한지주를 바짝 쫓는 모양새다. 신한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6488억원으로 추정됐다. KB금융은 2조447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하면 2조1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는 순이익 컨센서스 기준 기업은행 1조1891억원, 하나금융 1조4620억원, 우리은행 1조3034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실적은 기대 이하지만 은행권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오히려 밝다. 대규모의 명예퇴직으로 올해 이익 증가와 더불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 KB금융은 인원 축소로 연간 2000여억원이 넘는 판관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판관비는 4조원을 밑돌면서 그간 약점이던 비용효율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은행들의 실적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기회복이 요원하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자산도 지난해와 같이 몸집을 불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경기 민감업종 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은행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