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립서민은행 창립 제안에 대해 "새로운 서민금융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그 역할과 기능이 중첩되어 서민들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신년 인터뷰]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성실 상환자에 금리인하 등 인센티브 부여 추진"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센터 운영을 통해 채무조정상담 11만여 명, 서민자금상담 11만여 명 등 총 22만여 명에 상담서비스를 제공(지난해 12월 7일 기준)하고 각각 3만여 명, 2만여 명 등 총 5만여 명에 채무조정과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에 따르면 서민금융 지원 실적만 지난해 5조원이 넘는다. 올해는 7조원까지 서민정책 자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9일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양적으론 지난 몇 년간 서민정책 지원금이 몇 배 가량 늘었지만 질적인 면에선 모자란 부분이 없지 않다"며 "진흥원은 서민들에 대한 자금 대출과 보증지원 등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알선 등 자활과 재기 지원, 나아가 고용·복지 등 비금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서민금융 대표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 원장은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출신으로 지난 2012년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해 왔다.) 우리나라의 현 서민금융 현실은.
"서민금융기관들이 저소득·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서민금융 지원대상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신용등급과 같은 정량적인 기준으로 대출 규모를 심사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상환능력과 상환의지 등 정성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은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중금리대출 상품보다는 수익성이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흥원이 공적인 영역에서 서민금융 자금 지원과 자활 기능까지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서민금융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쉽지 않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힘들다보니 이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서 대출을 받게 되고 원금 대비 높은 이자에 지쳐 결국 한계가구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에 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소액 대출과 같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서민금융 상품이 지난 2008년 이후 워낙 많이 출시돼 지원 대상이 겹치는 등 이를 정리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용등급에 따른 정량적인 부분이 아닌 대출상환의지 등 정성적인 부분을 많이 참고해 대출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론 서민금융을 이용한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장(서민)과의 소통을 통한 적합한 상품 개발도 중요할 것 같다.
"진흥원은 지난해 현장 서민의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397 통합 콜센터, 전국 주요 거점지역 내 33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온라인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지난해 말에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협력해 화상상담시범사업도 도입, 운영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센터로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선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운영하는 등 현장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카운트인포(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저 역시 어카운트인포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계좌를 확인해 봤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많지 않더라. (웃음) 통계적으론 이를 통해 9000만원 규모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앞으로 사회적인 기부문화 조성 분위기에 있어 어카운트인포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한 시스템이기에 서민들도 많이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서민금융 대혁신을 위해 '국립서민은행' 창립을 제안했다. 진흥원과 업무 중첩이 예상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기존 서민금융기관별로 산재해 있던 서민금융 상품의 재원과 기능을 통합해 서민금융 종합지원을 위해 새롭게 출범한 기관이다. 제도권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저리의 맞춤형 금융 지원 등 서민금융 자금대출 지원 뿐만 아니라 취업과 창업 지원 등 자활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와 서민금융 유관기관, 고용플러스복지센터, 복지기관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루고 있어 서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드릴 수 있도록 최적의 구조로 설계됐다. 추가적으로 새로운 서민금융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그 역할과 기능이 중첩되어 서민들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민금융 총괄 제공자 역할에서 더 나아가 서민금융 특화 연구기관으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진흥원은 중장기적으로 서민금융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우선 서민금융 관련 연구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서민금융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해 초기 단계를 진행하고자 한다. 서민금융 통합 DB 구축을 통해 서민금융 이용자에게 종합적인 상담의 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서민금융 관련 DB 현황 및 분류체계를 확인하고 통합 DB 구축을 위한 초기 설계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할 것이다. 또한 서민금융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과 협력관계를 증진할 수 있도록 학술단체와 서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서민금융 관련 정기보고서, 예컨대 서민금융 관련 통계 등도 발간할 계획이다. 서민금융 통합 DB 구축을 통해 서민금융 이용자에게 맞춤형 종합상담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론 진흥원의 리스크 관리와 제도 개선, 서민금융 상품개발에 활용하고자 한다.
―올 한해 진흥원이 계획하고 있는 서민금융 정책 또는 서비스가 있다면.
"올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견고하고 입체적인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상품 개발과 지원체계 개편, 지원대상자 선정 방식 개선, 네트워크의 효율성 제고 방안 등 주요 세 가지 혁신과제를 우리 진흥원의 모든 역량을 모아 조속히 추진하고자 한다. 각종 서민금융상품의 면밀한 분석과 개선사항을 검토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상품은 통합하고 공급자 중심의 상품체계를 수요자 위주로 바꾸는 한편 개개인의 특성이나 자금 용도별로 필요한 맞춤형 신상품을 개발하여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원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서민금융 지원을 받은 분들이 조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고 신용등급이 빨리 상향조정되어 제도권 금융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트로신문 독자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진흥원이 출범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다. 금융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메트로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는데 우리 기관의 첫 번째 목표가 고객들로부터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데 조금이나마 편해졌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진흥원과 센터의 많은 관심과 이용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