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00만원만 써도 백화점 VIP
폭탄 세일 이어도 '매출 부진'
저렴해진 설 명절선물도 고매출 기대 無
점점 높아지고 있는 소비절벽을 깨기 위한 유통업체들이 혼신을 다하고 있다. 백화점은 부자들도 닫아버린 지갑을 열기 위해 VIP 등급 기준을 낮추는 등 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예년보다 이른 폭탄 세일을 이어가며 소비 불씨 살리기에 한창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판매에 나선 업체들은 저렴하고 알찬 구성을 내세우며 '가성비'에 집중하고 있다.
◆낮아진 백화점 VIP 절벽
신세계백화점은 12일 우수 고객에게 적용하는 VIP 등급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VIP 구매 한도 최저 금액도 연간 8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조정한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기존의 VIP 서비스를 대폭 개편했다.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VIP 서비스에는 '레드 등급'이 신설되고 기존 등급들의 명칭도 모두 바뀐다.
레드등급은 연간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내점 24회 이상) 또는 분기 구매금액 100만원 이상(6회 이상)·200만원 이상(1회 이상) 중 하나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 고객이 아닌 경우에는 기간이 3개월로 제한된다. 1년 단위로 유지되며 재심사됐던 기존을 감안하면 금액 기준은 낮아졌고 유지 기간은 짧아졌다.
기존보다 VIP 장벽을 낮춤으로써 젊은 고객을 확보함은 물론 비교적 적은 구매 이력으로도 VIP 혜택을 제공해 고정 고객을 늘려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명칭도 모두 새로 바뀐다. 연간 구매금액 6000만원 이상인 퍼스트프라임 회원은 '다이아몬드', 4000만원 이상 퍼스트는 '플래티넘', 2000만원 이상 아너스는 '골드', 800만원 이상 로얄은 '블랙' 등이다. 연간 12회 이상 내점해야 유지되며 내달 1일부터 심사해 적용할 계획이다. 소비 절벽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한편 백화점 전체 고객 중 VIP 고객은 전체 3%다.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VIP 고객 수에 따라 백화점 등급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 '폭탄'세일
국내 백화점 3사의 세일 시즌도 예년과 달라졌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겨울옷 판매가 어려웠던 상황과 더불어 지속적인 소비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하고자 세일 시즌이 앞당겼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일제히 신년 세일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전 상품권에서 총 950여개 브랜드가 참여, 총 100만점 규모의 상품을 풀며 소비 진작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새해 첫 세일을 시작했다. 총 500여개의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을 내걸었다. 2만원 상당의 식료품이 들어있는 1만원 대박백 이벤트, 1년에 2회 실시되는 트래디셔널 브랜드 시즌오프 등을 기획했다.
현대백화점은 예년보다 세일 기간을 5일 늘리고 신년 세일에는 이례적으로 황금 경품까지 내거는 등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한 역량을 총동원했다. 닭의 해인 정유년을 기념해 총 750돈 규모의 황금알 경품 행사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1월과 12월(1일~25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5%, 0.8% 감소하는 등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며 "신년 세일 기간 중 이례적으로 경품 행사를 진행하는 등 소비를 살릴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해진 설 선물세트
유통업계의 소비 절벽 낮추기는 설 선물세트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설은 김영란법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설 명절과 동시에 지속적인 경기 불황과 맞닿아 있어 '소비자 지갑 열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가성비 높은 설 선물세트를 쏟아냈다. 지난 6일 백화점 3사 중 가장 먼저 설 선물세트 판매에 들어간 롯데백화점은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성비를 높인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비율을 높였다. 옥돔과 굴비 등 비싼 수산물 대신 5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춘 간고등어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처음 등장한 명절 상품이다.
현대백화점도 비싼 소고기 대신 돼지 불고기를 설 선물세트 상품으로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 명절 선물세트가 김영란법 영향으로 5만원 이하 품목이 대다수"라면서도 "경기 불황 탓에 판매량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수준별 소비지출 비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평균소득(436만3116원)대비 소비지출(256만3092원)비율은 58.6%를 기록하며 통계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1분기는 58.59%, 2분기 57.90%, 3분기 58.02%의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