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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특검에 발목 잡힌 삼성, 경영차질 현실화



그간 우려됐던 삼성의 경영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이어진 특검 조사로 주요 경영진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나서지 못했던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를 구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삼성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 역사적 M&A, 특검에 날아가나

13일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들이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은 하만 이사진이 삼성과 협상하며 다른 인수 파트너를 찾지 않도록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에 합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전장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하만 인수를 결정했다. 하만 이사회 역시 삼성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 합병에 찬성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요청했고 수수료로 2억4000만 달러 지불을 약속했다. 일부 대주주들은 인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만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었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비합리적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주당 112달러, 총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거래 기준 이전 30일 동안의 평균 종가에 37%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주주들의 반발 이유로 업계는 삼성의 리더십 부재를 들었다.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서 하만을 발전시키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이런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집단소송이 시작된 이상, 추가 이익을 얻으려는 주주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지려면 오는 1·4분기 중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50% 이상이 합병에 동의해야 한다. 소송을 낸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경영진의 활동에 제약이 걸린 삼성은 뾰족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특검 조사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하만 주주들의 이탈이 가속될 수 있는 점도 삼성의 고민거리다.



◆트럼프 못 만나… 미국발 무역 제재 시작

사실 미국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이미 좁아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여파로 아직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지도 못했다. 삼성의 경쟁자인 미국 기업은 물론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소통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제작한 삼성전자 세탁기에 반(反)덤핑 관세 52.51%를 확정했다. 세탁기를 덤핑 판매해 월풀 등 미국 가전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중국 대신 베트남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 세탁기를 조달하고 있다.

월풀이 삼성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월풀은 2011년에도 반덤핑 제소를 했고 이후 관세가 부과됐지만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관세가 풀렸다.

지난해 3·4분기 월풀을 누르고 미국 세탁기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은 ITC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미국발 리스크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출국금지에 막혀 못 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디트로이트모터쇼' 등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길어지며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과 3월 개최 예정인 중국 보아오포럼에도 불참할 전망이다. 현지 정부기관·기업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잃는 셈이다.

◆미래 성장동력 상실… 2008년 악몽 재현 우려

삼성은 이미 특검 조사와 맞물려 성장동력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2008년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며 2010년이 되어서야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했다.

하지만 2년의 공백으로 초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이다. 당시 삼성은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I, 삼성물산과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룬 바 있다. 2011년 태양광 패널이 적용된 휴대폰과 LCD, 노트북 등도 생산했지만 현재는 태양광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이 지난해 12월 끝냈어야 할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작업은 무기한 중지 상태다. 이 부회장이 매년 초 주관하던 부문별 간담회도 개최하지 못해 새해 경영계획 결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중대한 의사결정은 막연히 미뤄지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논의도 못 하고 있다"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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