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흰색 달걀'이 국내에 상륙한다.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달걀은 약 400t에 달한다. 이번주 주말부터 마트에서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설을 앞둔 소비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여줄 전망이다. '갈색 달걀'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흰색 달걀'이 다소 생소하기 하지만 영양과 안전성 등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 '미국란' 상륙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미국산 달걀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수입이 확정된 달걀은 600만개에 달한다. 설 연휴 전까지는 약 2500만개가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대형마트는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롯데마트가 수입산 달걀 판매에 처음 나선다. 기존에 달걀을 수급하던 파트너사들이 자금난에 처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한시적으로 수입 달걀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에서 파는 수입 달걀은 미국 아이오와주 소재에 있는 농장에서 온 상품들이다. 국내 검역 절차를 완료한 뒤 30개입으로 포장해 롯데마트 점포로 입고될 계획이다.
롯데마트에서 파는 미국산 달걀은 특란 크기의 30개입으로 포장된다. 가격은 마진없이 8990원에 판매된다. 일반 소비자 1인 1판, 개인 사업자 1인 3판으로 각각 제한·판매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현재까지 국내산 달걀 판매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산으로 물량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측은 "30개입 기준 7000원 후반대로 국내산 달걀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9000원에 달하는 미국산 달걀 판매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절 대목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달걀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수입 달걀 판매는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입 달걀은 지난 12일 샘플용 달걀 174kg 국내 상륙을 시작으로 14일 오전 100t(160만개), 같은날 오후 100t이 들어왔고 16일, 18일 각각 100t씩 들어올 예정이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슈퍼, 동네상권 등 전반적으로 수입산 달걀이 늘어난다면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대형마트에서는 7000원 후반대 가격에 30개입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역 슈퍼마켓 등 동네 상권에 자리한 소규모 업체에서는 1만2000원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가격 안정을 시작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양·안전성 걱정마세요
이번에 수입한 달걀은 국내에서 소비하던 갈색 달걀과 다르다. 달걀을 낳는 닭으로 알려진 산란계는 국내에서 소비하는 '갈색 달걀'과 미국에서 수입한 '흰색 달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알을 낳는 닭이 백색 품종이면 흰색 달걀을, 황색 품종이면 갈색 달걀을 낳는다.
국내에서는 주로 갈색 품종 달걀을 유통해 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 동안 섭취했던 갈색 달걀이 아닌 상품을 두고 영양이나 안전성 등에 있어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산란계의 털 색깔에 따라 계란 껍데기 색깔이 결정될 뿐 영양이나 품질 등의 큰 차이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껍질 두께가 흰색 달걀이 더 얇다. 갈색이 약 0.6mm, 흰색이 약 0.4mm다. 달걀 노른자는 흰색 달걀이 더 크다.
달걀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신선도'다. 먼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온 만큼 유통 과정에서도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롯데마트측는 "현지에서부터 항공 운송, 포장, 매장 입고까지 10도 이하의 상태로 온도를 유지해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 식탁까지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달걀 수요가 급증하는 설 명절을 목전에 앞두고 달걀 공급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있어 향후 유통업계의 판매 계획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