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5일(현지시간) 하만 전시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세성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들이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은 삼성의 하만 인수 가격과 '추가제안금지' 조항에 이사진이 합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애틀랜틱 투자운용 등 일부 대주주는 인수 가격을 이유로 합병 반대에 나섰다. 하만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었고 전장사업이 성장하며 주가는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을 낸 주주들은 소장을 통해 "제 3자에 대체 인수 제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 것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추가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그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하만을 주당 112달러, 총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거래 기준 이전 30일 동안의 평균 종가에 37%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추가제안금지 조항 역시 관례상의 내용으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특별한 조항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9%대 고성장을 거듭하는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전장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하만 인수를 결정했다. 하만 이사회 역시 삼성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 합병에 찬성했다.
양사의 합병은 올해 1분기 중으로 열릴 예정인 하만 주주총회에서 50% 이상의 동의가 나오면 본격 추진된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하만의 고객사들은 물론, 많은 주주들 역시 삼성전자의 인수에 만족하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수가 아직 많지 않지만 특검 조사와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없다면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에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져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 주주들의 이탈이 미국 정부의 규제로 연결된다면 삼성의 하만 인수는 불가능해진다.
또한 하만 인수에 이 부회장이 깊이 관여했던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두 회사가 낼 수 있는 시너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 관계자는 "삼성의 하만 인수는 이 부회장이 직접 하만 경영진을 만나 추진했던 일"이라며 "이 부회장이 미국에서 청사진을 제시해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