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창업/취업

필요할 때만 기업 찾는 정부, 고용시장 빙하기는 '현재진행형'



"채용을 늘리겠다, 줄이겠다 언급할 수도 없는 단계다. 최악의 경우엔 채용이 이뤄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대기업 A사)

"사업계획도 아직 짜지 못했다. 채용 계획도 마찬가지다. 일부(언론)에서 채용이 확정됐다고 보도했지만 연초에 으레껏 나가는 내용이라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대기업 B사)

지난해 실업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청년실업률은 10%를 육박하는 등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10대 그룹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속적인 내수 침체, 수출 부진, 불확실한 투자 환경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시계제로'인데다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주요 그룹들이 연루되며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자 정부가 다시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행정부 최고 수장인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농단에 주요 기업들이 여론과 사정 당국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뺨 때리고 달래는 식'이다. 정권의 요청에 마지못해 돈을 내며 화답했던 기업들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올해 상반기 청년 채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날 고용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에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청년 취업난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30대 그룹의 선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하며 "일자리를 간절히 열망하는고 청년들을 위해 부모세대, 노사, 정부, 정치권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앞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를 기록하며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청년들도 100만명을 웃돌았다. 청년 고용시장이 유례없이 빙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도 현실을 직시한 듯 "올해엔 내수 둔화, 대내외 불확실성, 구조조정 본격화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돼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이 악화되며 잔뜩 움츠려든 기업들 입장에선 채용문을 활짝 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현대자동차 정형중 전무는 올해 채용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산 최성우 HR담당 사장도 "작년 수준이 될 것 같다"며 "아직 사업계획을 작성 중이지만 700~800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피상적으론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수준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이날 고용부와 간담회를 공동 주최한 경총의 김영배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는 말로 기업들의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그렇다고 전체 고용의 88%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어 정리해고가 쉽지 않고, 대기업은 노조의 압박에 못이겨 임금을 계속 올려주다보니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에 취직하겠다고 하는 구직자는 많지 않아 인재 찾기가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당사자인 청년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취준생인 박모씨(28)는 "대학 3학년 때부터 행정고시만 5년간 준비하다 일반 사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은 정규직 전환은 꿈도 꿀 수 없는 인턴을 하면서 주말마다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셀 수 없이 썼고, 면접만 50번 이상을 봤다. 하지만 취업의 벽이 너무 높아 이를 넘어서는데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토익 900점, 토익스피킹 레벨 7단계, 한국사능력시험 1급,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등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구직의 눈을 돌렸다는 양모씨(29). 양씨는 "지방에서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아예 집에서 구직활동만 하고 있다. 나를 비롯해 공대를 나온 친구들 상당수가 백수로 남아 있다. 취업이 안될 것을 대비해 '플랜B'로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다. 문과를 나온 애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모습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