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카드 등 국내 금융업권이 잇따라 '디마케팅(Demarketing)'에 나서고 있다.
디마케팅이란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효율적인 수요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마케팅 억제 전략이다. 할인 상품에만 치중하는 고객 등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일명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같은 기업 입장에서 필요 없는 수요를 과감히 마케팅 대상에서 배제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 3월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1000만원 미만 예금 고객에게 계좌유지수수료(매월 3000~5000원)를 부과하고 고객 자산 액수별로 차별을 두는 점포를 내놓는다.
당장 지난해 12월 씨티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담센터를 오픈, 자산 규모에 따라 상담 받는 공간을 층별로 분리했다. 5층 규모로 1층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존으로 운영하고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제공한다. 다만 2~3층에선 2~10억원 사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씨티골드존을, 4~5층에선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을 모시는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존을 운영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고객과 은행 간의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며 "계좌유지수수료의 경우 단순히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닌 디지털 채널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17일 VVIP 전용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통해 고액자산가의 상속세를 대비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은 최저가입금액만 10억원에 달하는 등 일반 종신보험 가입금액 대비 10배 이상 비싸다. 일반 보험 소비자들에겐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은 '삼성패밀리오피스'로 고액자산가의 상속과 절세 등 재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경영인 정기보험'을 통해 이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돕고 있다. 이번 교보생명의 신상품 출시로 업계 '빅3' 간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은 더욱 불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카드는 최근 연회비 250만원짜리 국내 최고 수준의 초우량고객을 위한 신용카드 출시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상품의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도 통과했다.
이미 지난 2005년 연회비 100만원짜리 블랙카드로 VIP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는 현대카드는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고급화시키겠단 전략이다. 발급 조건도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등 상당히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회비 200만원의 더블랙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선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과 브랜드본부장, 리스크본부장 등 8명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가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VIP 카드는 보유 만으로 사회적인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있다"며 "특별한 서비스와 함께 개인의 품격도 높일 수 있어 상위층 고객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