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S8에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들이 적용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스마트 가정, 스마트 홈 등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올해 출시되는 갤럭시S8에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가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24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갤럭시S8을 시작으로 태블릿과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까지 자체 개발한 AI 비서('빅스비')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불확실성이 증가한 올해 시장 사업 전망과 지난해 투자 집행에 대한 설명도 함께 내놨다.
◆갤럭시S8로 음성인식 AI 탑재 시작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이날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AI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적용하려 한다"면서 "비브랩스의 역량을 활용해 태블릿과 TV, 가전제품까지 다 연결할 계획이다. 삼성페이, 삼성헬스 등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도 삼성 AI 서비스를 이용하이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시리' 주요 개발진 창업한 미국의 인공지능 업체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했다. 삼성은 기존 음성인식 서비스 S보이스 기술과 비브랩스의 역량을 활용해 갤럭시S8에 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한다. 자사 다른 제품에도 탑재하는 것은 물론, 빅스비 API를 공개해 다른 회사들도 삼성전자 AI를 활용하도록 유도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 이렇게 구성된 빅스비 생태계를 사용자가 통합 관리하는 단말기 역할은 갤럭시S8이 맡는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음성인식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 아마존(알렉사), 애플(시리), 구글(구글나우)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도 된다. 그 중에서도 구글은 삼성과 애플의 iOS에 대항해 오랜 기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다. 구글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느냐는 우려에 이경태 상무는 "AI 생태계 초기 정착을 위해서는 두 회사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양사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AI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갤노트7 사태 극복… 9000만대 팔아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맞았던 삼성전자 IM 부문은 4분기 매출 23조6000억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악재 극복에 성공했다. 갤럭시노트7로 발생한 직접손실 비용을 3분기에 모두 처리한 덕분이다. 때문에 3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그쳤다. 2016년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0조3000억원, 10조8000억원이다.
이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S7 엣지 수명 연장 작업에 들어간 것이 큰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엣지에 '블루코랄'과 '블랙펄' 모델을 추가해 일 평균 판매량이 1만5000대까지 늘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갤럭시A, 갤럭시J 등 중저가 스마트폰도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이러한 노력 속에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휴대폰 9000만대, 태블릿 80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대폰 판매량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약 80% 중반이며 휴대폰 평균판매단가(ASP)는 180달러 초반으로 추산됐다.
◆현실화된 경영공백, 향후 투자는 '빨간불'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25조5000억원을 사용했다. 반도체가 1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가 9조8000억원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가 많았다. 올해 전망에 대해 삼성전자는 ▲IoT, 웨어러블 기기 보급으로 인한 고부가 반도체 판매 증가 ▲높은 보급률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 등을 꼽았다.
지난해 이뤄진 투자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적기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올해 투자 계획은 세워지지 않아 향후 시장 대처가 우려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올해 그룹 차원의 경영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경영계획이 세워져야 계열사 투자도 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M&A·시설투자 결정과 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등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 수립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AI, IoT, 전장사업이 부상하며 IT업계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그랬듯 선제적 투자로 기술을 주도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