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부터 3만원까지 저렴한 설 선물세트를 다량으로 내놓은 옥션이 역대 최대 판매율을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설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해 유통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김영란법 영향은 물론 깨지지 않는 소비절벽으로 인해 사람들의 지갑이 쉽게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3만원 이하 저가 설 선물세트를 다량으로 내놓은 온라인몰이 역대 최대 판매치를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반면 한우나 굴비, 과일 등 5만원 이상의 고가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백화점, 마트업계는 선물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있다.
24일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의 대표 선물세트 품목 판매량은 지난해 설 전 동기 대비 1.9배, 3년전인 2014년 대비 3배 이상이 각각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의 선물세트 판매량을 기록했다.
1인가구 증가, 김영란법, 경기불황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실속형 선물세트 판매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실제로 옥션에서 판매한 설 선물세트 품목을 살펴보면 남녀노소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바디선물세트의 경우 지난해 대비 7배 이상, 3년 전 대비 약 16배 정도가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1~2만원대의 초저가로 구성된 통조림 선물세트, 오일 선물세트도 올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격대별 판매량을 따져본 결과 올해 설에는 3만원 미만의 설 선물이 약 68%를 차지했다.
신세계그룹 쇼핑몰 '쓱닷컴'의 신세계몰에서도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의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대비 51% 증가했다. 이 중 5만원 이하 제품은 매출이 95%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5만원이 넘는 제품도 같은 기간 15% 늘었다.
저렴한 설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5만원 이하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신세계몰에서 5만원 이하 선물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의 약 3배 증가했다.
그 결과 5만원이 넘는 선물들과 매출이 비슷해졌다. 올해 5만원 이하 선물의 매출 비중은 49%로, 5만원 초과 제품(51%)과 2%포인트(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세계몰에서는 5만원 미만 선물 중에서도 송월타월 호텔 샤워가운(3만1200원), 오설록 제주 티세트(2만4300원), 설탕 없이 과일만으로 만든 슈퍼잼 세트(1만6800원), CJ 피부유산균(4만5천원) 등이 인기를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돼 설 선물하면 떠오르는 고가의 한우, 과일 보다는 통조림, 과일잼 등 저렴한 가공식품들이 주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온라인몰보다 비교적 고가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설 선물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고가의 축산(-9.5%), 청과(-8.8%), 굴비(-23.3%) 등은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5만원 미만의 가공식품이나 생필품은 37%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5일부터 이달 22일까지의 설 선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2.2% 늘었다 하지만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상품이 주로 소비되는 등 분위기는 다른 백화점들과 비슷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1% 줄었다.
대형마트 상황도 비슷하다. 이마트에서 5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6% 늘었지만 5만원 이상 제품 매출은 27.6% 감소했다. 전체 설 선물세트 매출도 3.2% 줄었다.
롯데마트에서도 한우 매출(-15.6%)은 줄었지만 비교적 저렴한 수입고기의 매출은 4.7% 증가했다. 한우 매출에 이어 수산(-13.1%), 주류(-4.6%) 등의 매출도 소폭 떨어졌다. 반면 양말(105.7%), 가공대용식(8.4%) 등의 매출은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 선물 판매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부진한 수준"이라면서도 "설 선물세트 판매 영업일이 아직 며칠 더 남아있어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