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광화문 앞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약 61.9도를 가리키고 있다. /손진영 기자
사랑의 온도탑 100.3도 '3598억원'
한국구세군 '77억4000만원'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예년보다 더 따뜻했다. 서울 광화문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돌파했다. 모금 목표액 3588억원을 넘어선다. 한국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액도 예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투명 사회 구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개인 등이 성금을 더 낸 것으로 보인다.
줄을 잇는 시민들의 작은 정성과 따뜻한 손길을 통해 우리사회의 인정이 그래도 메마르지 않았구나 하는 소중한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다. 사랑과 나눔은 각박한 우리사회를 생명력 있게 만들어 주는 혈관인 것이다.
◆사랑의 온도탑 '3598억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7개시도지회는 지난해 11월 21일 총 3588억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목표로 '희망 2017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 목표액(3588억 원)의 1%에 해당하는 38억8800만 원이 모금될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가게 돼 있다. 25일 현재 3598억 원이 모금됐다.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100.3도를 가리켰다.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모금액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05억원보다 293억원이 더 많다. 이는 모금회가 지난 1999년 연말연시 집중모급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최고액이다.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 시기도 지난해보다 약 1주일 앞당겨 졌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410억5000만원을 목표로한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온도탑은 106.7도(모금액 43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52억4000만원을 목표로 한 경기도 온도탑은 110.0도(277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외에도 인천시가 121.8도, 대구시 117.8도, 충남도 110.8도, 부산시 110.5도, 대전시 106.5도를 각각 기록했다.
목표달성시기도 예년보다 더 빨랐다. 경기도는 15일, 울산 9일, 대구 17일, 인천 23일, 전남 8일이 각각 앞당겨졌다.
사랑의 온도탑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을 지나며 급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5일 17.8도, 20일 23.5도를 기록하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약 46도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연말 끝자락 쯤 대기업들이 기부한 성금 때문이다.
현재 100도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3개 시도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이 96.4도, 경북이 99.8도, 충북이 89.3도를 각각 가리키고 있다.
◆한국 구세군 '77억4000만원'
한국구세군이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한 '2016 자선냄비 집중모금'은 총 77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모금액인 72억3000만원보다 5억1000만원 증가한 액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거리 모금액은 39억4000만원, 기업 모급액은 36억원, 개인 고액 기부는 2억원으로 각각 계산됐다. 거리 모급액은 2015년 39억9000만원보다 소폭 줄었다. 반면 기업 모금액이 크게 올라 전체 모금액은 늘었다.
한국구세군 관계자는 "집중모금 초반에는 어수선한 시국 분위기가 거리 모금에 영향을 끼쳤지만 연말께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전체적으로 모금액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기부 릴레이'
예년과 같이 익명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다. 초등학생들의 돼지저금통, 해장국집 할머니의 잔돈기탁, 고액 기부에 나선 키다리 아저씨, 동대문 환전소 사장님의 1년간 모은 저금통 등 기부천사들의 선행이 끊이질 않았다.
대구에서는 3대가족 9명이 한꺼번에 기부해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5년간 기부해온 익명의 기부자 '키다리 아저씨'는 1억2000만원을 투척하기도 했다. 또 제주에서는 한 시각장애인이 1년간 물품 구입 후 받은 거스름돈 약 20만원을 모은 저금통을 들고 사랑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시국이 어지럽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 주위의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성금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