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 명절에는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보다 백화점 상품권이 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며 실속을 챙기는 소비 트렌드와 백화점 상품권이 청탁금지법의 가격 상한선을 지켰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백화점 3사가 설 선물세트를 전체 비중의 60% 이상을 5만원 이하로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 선물세트 판매 성적은 저조할 전망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국내 백화점 3사가 설 명절 기간에 판매한 백화점 상품권의 판매율이 일제히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지난 23일까지의 상품권 매풀은 전년 동기(설 전 일수 기준) 대비 13.3% 늘었다. 지난해 설 기간 상품권 매출 신장률(7.5%)보다 약 2배 뛰었다. 또 이번 상품권 판매에서는 모바일 매출이 전년 대비 28.9%나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전체 명절상품 매출에서 상품권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긴 했지만 올해 이처럼 신장률이 높은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방침에 따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신세계백화점 또한 설 상품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백화점은 이보다는 약간 낮은 한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판매가 부진한 설 선물세트와 달리 상품권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다"며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보다는 상품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상품권의 경우 백화점뿐 아니라 계열 대형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롯데마트는 물론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롭스, 영풍문고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또한 사용처가 무수히 많다. 신세계백화점 전점은 물론 이마트, 신세계면세점, 스타벅스, 조선호텔, CGV, 교보문고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넘어서 다양한 채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 유통 채널이 많지 않아 활용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같은 백화점상품권은 상품권 금액의 약 60%이상만 쓰면 현금이나 더 작은 금액의 상품권으로 거스름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등 현금 유동성이 좋은 상품으로 꼽힌다.
때문에 발송인과 수령인, 선물 금액 등이 기록으로 남는 선물세트보다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상품권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또한 상품권을 선호하게 된 배경에 한 몫 했다. 당장 필요없는 과일세트, 생필품보다는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백화점상품권이 결국은 실속있는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백화점 상품권 판매율이 기대 이상으로 상승한데 비해 정작 팔려야할 선물세트 판매는 크게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의 설 선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3.8% 줄었다. 축산(-3.1%), 농산(-3.1%), 수산(-7.4%) 등 5만 원 이상의 선물세트 대부분이 부진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설 하루 전인 지난 27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설 D-1 기준)보다 10.1% 감소했다.
유일하게 롯데백화점이 0.4% 의 소폭 매출이 늘었으나 사실상 제자리에 머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에서는 축산(-3.9%), 청과(-7.8%), 굴비(-14.6%) 등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반면 건강식품(11.8%)과 가공식품, 생필품(20.9%) 매출은 증가했다.
백화점 3사가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 등의 여파가 설 선물세트 판매를 막아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5만원이하의 선물세트 비중을 늘려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상 고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5만원 이상 설 선물세트 매출액이 줄어든 반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매출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며 "전체적인 매출은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