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CES 2015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타이젠 생태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과 애플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바로 자체 운영체제(OS) 탑재 여부다. 이 차이를 극복하고자 삼성이 오픈소스 OS 타이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5600만대로 삼성전자는 2406만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5%를 기록했다. 갤럭시S7 시리즈를 비롯해 보급형 모델까지 판매 호조를 보인 기록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늘어갈수록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타이젠의 차기 버전인 3.0을 탑재한 스마트폰(SM-Z250F)을 개발 중인 것으로 1월 31일 확인됐다. 현재 타이젠 최신 버전은 지난해 9월 출시된 2.4이며 그 후속작인 3.0버전 탑재 스마트폰의 내부 개발명은 '프라이드(Pride)'다.
◆타이젠 차기버전 3.0 출격 대기 중
타이젠은 2011년 리눅스 재단이 iOS와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고자 개발을 시작한 HTML5 기반 소프트웨어(SW)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프로젝트 시작 당시부터 동참해 개발을 이끌어왔다. 개발도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2년 4월 타이젠 1.0 정식버전이 나왔고 2013년 3월에는 지금 사용되는 타이젠의 기초를 갖춘 2.0이 출시됐다.
현재는 타이젠 2.3과 2.4 버전을 탑재한 보급형 스마트폰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중심으로 출시됐고 스마트워치 기어 시리즈와 스마트TV 등에도 타이젠이 도입됐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OS 채택률이 0.4% 수준이기에 안드로이드와 iOS를 대체한다는 기존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타이젠 개발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SW 독립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OS를 제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해 10월 자체 스마트폰 '픽셀'을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제조사들보다 먼저 안드로이드 7.1 버전을 탑재했고 구글클라우드도 무제한 업로드가 가능하도록 제공했다. 기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던 제조사들이 위기감을 느꼈음을 말할 것도 없다.
시장에서는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제조사들에 OS 사용료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안드로이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특허를 일부 침해하는 바람에 매해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MS에 지급한 바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사용료를 걷는다면 삼성에게는 그 이상의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MS의 사례와 같이 언제 발생할지 모를 구글의 기술 침해 책임을 최종 제품 생산자인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리스크다.
인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아프리카 신흥시장에 판매된 타이젠 OS 탑재 스마트폰 '삼성 Z2'. /삼성전자
◆구글 픽셀폰, 사용료·로열티 위협 등 부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소프트웨어업체연합회 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타이젠 전용 앱 개발자에게 매월 최대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12월에는 타이젠 애플리케이션 보안성 확보를 위해 'SVACE'에 1000만 달러(약 116억원)를 투자했다. SVACE는 타이젠 앱의 보안성과 취약성, 오류를 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다.
스마트 TV를 넘어 '패밀리허브 2.0' 등 스마트 가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도록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 OS '타이젠 RT'도 공개하며 IoT 생태계 구축 준비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스마트 가전을 타이젠 OS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곧 모습을 보일 타이젠 3.0은 음성인식제어(voice control)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삼성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타이젠 3.0을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작업하는 것으로 안다"며 "타이젠 3.0은 음석인식제어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모든 기기에 비브랩스 기술을 넣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현재 개발 중인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빅스비'가 탑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음성인식 기능의 원활한 작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빅스비 탑재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시장에서는 기존과 달리 타이젠폰이 중급이나 플래그십에 가까운 사양으로 출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타이젠 스마트폰인 '삼성 Z2'는 4인치 디스플레이와 1.5㎓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램, 8GB 내장메모리, 1500mAh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음성인식 기능을 원활히 작동시키기엔 부족한 스펙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능은 이전 버전에도 있었고 아직 타이젠폰 사양 등에 대해 확정된 바도 없다"며 "신제품 역시 타이젠폰이 자리 잡은 신흥시장에 유통될 예정이고 한국 출시 계획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