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단기자금이 정기예금 유동화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초저금리 고착화 등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2조4603억원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유동화증권이 발행됐다. 전년 대비 26.9%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정기예금 유동화 발행잔액은 106조5000억원에 달했다.
정기예금 유동화란 증권사 등이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만기 1년 미만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구조를 말한다. 큰 리스크를 지지 않고 유동화증권과 정기예금 간 이자율 차익 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특정금전신탁(MMT) 등이 적극 편입하고 있다.
정기예금 유동화시장은 대규모 예금을 유치하려는 은행과 안정적 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간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정기예금 유통화 시장은 2014년 47조 6000억원, 2015년 78조8000억원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은 2015년 상반기 까지만 해도 중국 은행들이 주도했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 은행들의 국내 지점과 해외 지점 예금은 지난해 유동화된 전체 정기예금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후 달러화 정기예금 외에도 중국계은행의 홍콩달러화, 유로화예금과 카타르국립은행, 아랍에미레이트은행(Emirates NBD)의 달러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외화정기예금 유동화가 증가했다.
또한, 2015년까지는 정기예금의 만기가 대부분 1년이었으나, 최근 들어 3개월 또는 6개월 만기 예금이 증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황상운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 환율 및 이자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중국계은행이 3~6개월 단기 예금 가입을 선호한 점, 3개월 또는 6개월 선도환율의 추가 수익이 양호한 점 등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올해도 정기예금 유동화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중국 내 위안화 예금 금리와 선도환율 메리트가 많이 감소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이뤄지면서 위안화 정기예금 유동화의 장점이 줄긴 했지만, 달러화 정기예금 유동화가 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달러화 정기예금 유동화는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달러화 통화선도환율 추이 등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정기예금 유동화 물량 차환 및 단기유동자금의 대체 투자처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원화 정기예금 유동화 뿐만 아니라 홍콩달러화 및 유로화 정기예금도 선도환율 메리트 등에 힘입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향후에도 정기예금 유동화에 대한 규제환경 변화 여부, 정기예금 통화의 선도환율 변동이 정기예금 유동화 발 행규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