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담기는 진정성…국내·외 실화 영화 줄줄이 개봉
실화라서 더 크게 와닿는 감동
스릴러, 범죄 오락물,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시기에 따라 사랑받아온 가운데 2017년 영화계의 트렌드는 실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진정성 있는 소재,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뚝심있는 연출이 만난 쟁쟁한 작품들이 올 한해를 수놓을 예정이다.
국내 영화로는 '재심'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과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한 실화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월 최고의 흥행 다크호스로 손꼽힌 영화 '재심'은 2000년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김태윤 감독의 지휘 하에 충무로의 연기파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등 배우들이 열연해 영화를 완성했다. 제작진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의 심도 깊은 만남,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담은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를 세상에 내놨다. 현재까지도 본 사건이 재판 과정 중에 있어 영화 개봉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 되는 상황.
'재심'은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
올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섬,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했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한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파워풀한 캐스팅이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택시운전사'가 관객들을 만난다. '의형제', '고지전'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이 작품은 1980년, 택시운전사가 취재에 나선 독일기자를 우연히 태워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주인공은 한국말을 못하는 독일 기자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서울 택시기사다. 감독은 광주 사람도 군인도 아닌, 외부인의 눈에 비친 당시 광주의 상황 그리고 혼란스러운 참상 속에 포착된 인간적인 온정을 그리고자 했다.
80년대 뜨거웠던 광주를 스크린에 담을 영화 '택시운전사'에는 국민 배우 송강호, 유해진이 캐스팅됐으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강렬한 배역 바론 볼프강 본 스트러커 역할을 맡았던 토마스 크레취만이 독일 기자로 분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스포트라이트'의 작품상을 필두로 '레버넌트' '룸' '스파이 브릿지' '대니쉬 걸' 등 실화 영화들이 주요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전통적으로 뚜렷한 주제의식과 휴머니즘, 실화 소재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드러내온 아카데미 시상식인만큼 오는 26일(현지시간) 개최될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번 실화 영화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는 '핵소 고지'와 '라이언' '히든 피겨스'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핵소 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에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전쟁 실화를 담았다.
비폭력주의자이지만 조국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자원 입대한 데스몬드 도스는 총을 들지 않은 군인 최초로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받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쉴새 없이 총탄과 포탄이 쏟아지는 격렬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맨몸으로 혼자 75명의 부상자를 구출한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과 용기가 만들어낸 기적이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1일 개봉한 영화 '라이언'은 다양성 영화 오프닝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입증한 바 있다. 다섯 살에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사루'가 구글어스로 25년만에 집을 찾아가는 기적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기적같은 현실에 놀랐고 실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또한 오는 3월 개봉 예정인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배경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의 숨겨진 천재들의 실화를 담고 있다.
시대적인 차별과 편견 속에서 타고난 천재성으로 활약한 세 흑인 여성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다룬 '히든 피겨스'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현실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밀려오는 감동은 훨씬 더 크다"며 "여기에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진정성있는 연기까지 더해져 실화 영화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