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부산 실종 부부 사건/SBS
[기자수첩] 경찰보다 방송국을 믿는 대한민국
최근 드라마와 예능보다 시청자가 더 열광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토요일 밤 11시라는 늦은 시각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15%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경찰들도 혀를 내두른 미제 사건은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 현재에 맞닿아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다양하게 취재하며 시청자에게 보도한다.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제작진이 출동해달라' '경찰보다도 낫다'며 제작진의 수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이나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고발' 편의 경우, 공권력이 미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원인 규명과 책임을 짊어져야 할 기관의 행보를 촉구,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본 뒤 판단은 대중에게 맡기는, 시청자들이 진실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안경 역할을 해주고 있다.
'궁금한 이야기 y'는 시청자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이면을 다룬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고시텔에서 괴성을 지르는 여인의 정체'와 '소야도의 벽화 파문'에 대해 다뤘다.
방송을 통해 고시텔에서 괴성을 질러 이웃들에 피해를 주는 여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병원은 물론, 지자체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 뒤이어 방송된 소야도 벽화 파문 사건은 단순히 벽화때문에 벌어진 갈등이 아니었다. 이면에는 수십억의 '모랫돈'이 관계됐던 것이다. 모랫돈 때문에 이장과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지자체 측은 지급된 모랫돈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무능하고 일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지자체 공무원의 황당한 답변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불만이 쏟아졌다. '궁금한 이야기 y'가 방송될 때마다 법의 사각지대와 무능한 지자체의 실체가 시청자들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나 국가 행정기관보다 방송 프로그램을 더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대한민국사회에서 옳은 현상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