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자산가인 이 모씨. 그는 물려받은 자산과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는 요즘 주가가 오르자 고민에 빠졌다. 연초 하락장에 베팅하는 '청개구리펀드(리버스펀드)'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심 끝에 국내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았다. PB의 조언대로 우선 사모 주가연계증권(ELS)에 자산의 약 20%를 넣었다.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1억원을 예치하면 은행에서 계산해준 세후 이자가 연간 150여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아까운 돈을 은행에 썩히느니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곳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투자처에 굶주린 강남 슈퍼리치들의 뭉칫돈이 사모·원금비보장 ELS상품으로 유턴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이들 사모펀드는 출시하자마자 거액 자산가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모습이다. 한 때 투자자들을 궁지로 몰아 넣은 홍콩 H지수(HSCEI) 녹인(원금 손실구간) 공포가 사라지고,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심리 회복, 원금비보장 늘어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이 괜찮은 상품 없나요?."
증권사와 은행 창구마다 이같이 물어보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예금 금리는 갈수록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곳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6일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ELS발행액은 4조 5820억원이었다. 10개 중 8개(78%)는 원금을 날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전 달만 해도 70% 가량이 원금 보장 상품이었다.
맞춤형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이 늘면서 사모형도 25%나 됐다.
공모와 달리 기초자산, 상품 구조 등을 바꿀 수 있는 데다 투자 시점을 자신이 직접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사모 ELS가 기관들 몫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거액 자산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상품이 증가하면서 상품 숫자가 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장사하기 편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사도 공모보다 쉽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사모 ELS를 발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사모 ELS를 요청할 때 규모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수 백억원에 이른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사모ELS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률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2016년 자본시장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15년 상환된 약 10만건의 공·사모 ELS 중 사모형의 실현 수익률 은 3.24%로 공모형보다 0.31%포인트 높았다.
강남 부자들도 ELS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7 코리아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지수연계증권(ELS)과 지수연계신탁(ELT)이었다. 다음은 단기 금융상품(1년 미만 정기예금, MMDA, CMA등)이었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적정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심리로 보인다. 3순위는 정기예금으로 직전 조사대비 선호도가 월등히 상승했다. 다음으로는 외화예금으로 달러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선호도가 상승했다.
◆대박은 환상
ELS는 주가지수나 주식 몇 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여기에 파생상품을 결합한 상품이다. 만기까지 특정 지수나 개별 종목이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은행금리+알파(α)'의 수익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지 않으면 수익률도 낮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려면 풋옵션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H지수 처럼 한순간에 주가가 급락하면 풋옵션 매도 손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최악의 경우 원금을 날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의 기본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며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것을 경계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처럼 깡통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ELS의 조기 상환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발행된 ELS 중 6개월 경과 후 조기 상환된 비율은 33.4%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조기상환 비율은 2012년 74.7%, 2013년 57.0%, 2014년 88.6%였다.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제시하는 최고 수익률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상환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이익금에 대해서만 일정 비율을 떼는 펀드환매와는 달리 평가금액의 10%에 달할 정도로 중도 환매수수료가 높아 여유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