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 545조원의 국민 노후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25~28일 기금운용본부의 전라북도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이미 28명의 기금 운용역이 떠난 가운데 올 들어 8명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달 말 전주 이전을 전후로 20명 안팎의 운용역이 기금운용본부를 그만둘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족의 생활 터전인 서울을 당장 떠날 여건이 안되어 직원 대부분이 혼자 전주로 내려가야 한다"며 "연봉도 민간 펀드매니저의 60% 수준에 불과해 이직을 검토하는 운용역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기금운용본부의 전체 직원은 291명. 이 가운데 운용직 직원은 223명으로 파악된다. 이달 말 20명 가량이 추가로 본부를 떠나면 운용직 직원은 정원 260명의 77% 수준인 200명 안팎에 그치게 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대체투자 확대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본부가 전북 전주혁신도시로의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이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인재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을 강 넘어 불 보듯하기엔 사안이 엄중하다고 지적한다. 전체 정원의 약 15.3%가 공석인 상황에선 기금운용본부가 적극적으로 수익률 개선에 나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본부는 현재 주식·채권·대체투자·해외증권·해외대체투자·운용전략·운용지원실과 리스크센터의 책임자인 8명의 실장(센터장 포함)급 임원 가운데 6명이 보직을 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실장의 퇴사로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순실 사태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마저 구속되어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여기에 운용 인력마저 줄면 545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에 따라 직원 숙소 운영과 이주비 지급 등 직원 처우 개선과 신규 운용역 추가 채용 등을 통해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 문제를 핵심 안건으로 논의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사장 공석의 경우 직무대행이 있어 기금운용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직원 이탈 최소화와 남은 인력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현재 당면한 인재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 운용과 관련한 부분만이라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