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안희정 충청남도지사의 '대연정' 제안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특히 '대연정'에 대해 여야는 물론이고, 각당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7일 '대연정'에 대해 "(대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시도한 새로운 정치의 도전이라고 밝힌) 안 지사의 해명은 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새누리당·바른정당이 적폐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과 연정할 수 없지만, 국정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야당과 협치는 필요하며, 그 점에서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연정 제안은 야당과의 '협치'를 말한 것으로 해석되며 이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안 지사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떤 정권교체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을 뽑더라도 그 대통령은 지금의 국회와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그 현실을 얘기한 것"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대연정에 대해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아도 여소야대가 된다. 폭과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연립정부 형태의 협력은 불가피하다"며 호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대연정을 꺼냈는데, 우리 정치에선 익숙하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연정 제안에 '촛불민심'을 배반한 것이라며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절대 안 된다'는 당내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연정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탄핵 정국 속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정부의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 4일 광화문 광장 '촛불강연'에서 "우리 정치권이 새누리당과의 대연정을 얘기한다든지, 그들과의 세력 연합을 얘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촛불민심을 무시하는, 역사적 소명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으며 지난 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는 "안 지사는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 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시장은 "청산해야 할 세력과 청산을 담당해야 할 세력 사이에 대연정을 하자는 것은 청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들도 대연정 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결선투표제라는 좋은 제도를 두고 밀실에서 구정치다운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으며,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섣불리 선거 전에 연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우려스럽다"며 "지금 새누리당, 그리고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두 당과 연정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연정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뜻"이라면서 "(연정은) 기계공학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며, 지금 여당은 사실 후보도 내면 안 되는 당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도 대연정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창출한 여당이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 있게 끌어달라는 대통령 중심 책임제로, 이념과 철학이 다른 정당끼리 연정을 통해 집권하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며"헌법 개정 없는 대연정 제안은 본말이 전도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대연정에 반대한다기 보다도 '개헌'을 우선순위로 띄워 잃어버린 정국의 주도권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대연정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여소야대가 되는 상황에서 협치를 통한 국가운영은 불가피하다"면서 "바른정당·새누리당과 연정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마치 정권을 잡는 것처럼 행동하는 민주당의 모습에 오만함까지 묻어나고 있다"며 오히려 대연정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