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가 가상현실(VR) 기기의 발전 방향을 밝히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HTC 모델이 VR기기 바이브(Vive)를 사용하고 있다. /HTC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것도 15년 전입니다. 처음 나온 스마트폰에는 디스플레이 패널도 없었죠. V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시각적 경험만 제공하는 지금 VR이 완성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상현실(VR)기기 제조사 HTC 바이브가 한국 시장 진출 계획과 VR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VR기기 바이브를 제조하는 HTC의 앤디 김(김도웅) 글로벌 온라인부문 총괄 부사장은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가 기자와 만나 VR 시장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다.
김 부사장은 "오큘러스가 일반 소비자도 접근 가능한 가격에 VR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열었지만 이제는 HT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VR기기 판매량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VR,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 순으로 추산한다. 아직 시장조사기관에서 공식적인 집계가 이뤄지지 않기에 판매량은 각사의 VR 전용 프로그램 접속자 수로 추정된다.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김 부사장은 "오큘러스와 HTC, 소니로 시작된 VR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화웨이 등이 참가하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VR 시스템 구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B2C 시장이 바로 열리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HTC는 B2B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VR은 현재 시각적 경험 제공에만 머물러있지만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청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지금 VR은 시각 서비스 제공에 그쳐왔습니다. 이제 겨우 청각도 제공하기 시작했구요. 점차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겁니다" 앤디 김(김도웅) HTC 부사장(사진)이 VR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VR는 공감각 제공으로 발전… 한국이 열쇠 될 것
추후 VR가 오감을 충족시키고 B2C 시장이 열린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방향으로의 진행 속도는 현재 사업 실적과 연결된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발전도 더뎌지는 것이다. HTC는 그에 대한 답을 한국에서 찾았다.
지난해 VR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며 전체 시장의 98%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기기는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VR 경험을 제공하진 못하기에 PC형 VR기기가 시장의 주류가 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HTC 바이브, 오큘러스 리프트 등은 기기와 컨트롤러 가격도 고가인데다 원활한 구동이 가능한 PC, VR용 의자와 트레드밀 등 주변기기까지 갖출 경우 수백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으로 HTC는 한국의 PC방을 찾았다. 김 부사장은 "한국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PC 보급이 이뤄지기 전에도 PC방을 통해 많은 이들이 PC를 경험했고 이는 가격이 낮아지며 자연스러운 보급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다른 VR 기업들이 B2B 사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HTC가 B2B에 뛰어든 것은 한국의 사례를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C방 시스템을 이용해 VR방을 만들고 VR방을 중심으로 이용 경험을 전파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일반 소비자에 VR 보급이 이뤄지려면 전체 시스템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우선인데 이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VR방은 시장 초기 생태계 구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HTC는 이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6'에 참석해 바이브 국내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오큘러스와 소니가 B2B 사업 계획을 부인하는 사이 B2B 사업을 지원하겠다 밝히고 VR방 토털 턴키 솔루션인 '바이브 랜드'를 선보이며 한국 VR방 사업에도 먼저 나섰다.
앤디 김 HTC 부사장은 한국의 PC방 문화가 시장 초기 VR이 자리 잡는 데 훌륭한 롤모델이 된다고 주장했다. /오세성 기자
생태계 구축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로도 이어져야 한다. VR로 즐길만한 콘텐츠가 활발히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HTC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바이브X 엑셀러레이트' 프로그램, 13조원 규모의 VR 벤처 캐피탈 협회, 유망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바이브 스튜디오', 바이브 앱 스토어인 '바이브 포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게임사 밸브(Valve)의 스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바이브의 강점이다.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은 글로벌 1억2500만명에 달하는 액티브 유저와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콘텐츠 개발사가 바이브용 게임 등을 만들 경우 여타 플랫폼에 비해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적기에 투자를 받고 빠르게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 모두가 HTC 바이브의 생태계에서 제공되는 셈이다.
김 부사장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에서 바이브가 전파인증을 통과한 만큼 VR생태계 구축 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