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산이 위기를 맞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산유국들이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OPEC 회원국들은 유가 하락을 막고자 그해 10월 원유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루 120만 배럴 감축을 합의했다. 이 합의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OPEC의 월간 산유량을 관찰해온 S&P글로벌플랫츠는 지난 1월 OPEC 회원국들이 합의했던 감산량의 91%를 수행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르면 OPEC 10개국은 지난 1월 하루 평균 114만 배럴을 감산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특정 국가의 감산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산유국들이 감산 약속을 어긴 채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한 것이다. S&P글로벌플랫츠 헤르만 왕 OPEC 전문가는 "이란, 알제리,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은 할당치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했다"며 "감축 할당치를 초과해 원유를 생산하는 OPEC 국가들의 추가 생산량을 사우디가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1월 평균 생산량을 보면 이란은 일 할당량인 435만 배럴보다 많은 448만 배럴을 생산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일 할당량 1006만 배럴보다 적은 998만 배럴을 생산했다. 쿠웨이트와 앙골라도 감산에 적극 동참하며 다른 국가보다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장기간의 저유가보다는 덜하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는 산유국에게 감산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왕 전문가는 "사우디는 이런 감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의 합의 위반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다른 회원국들도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합의보다 많은 양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합의대로 감산하는 것은 곧바로 시장을 합의 위반자에게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과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는 쉽게 파기되어 왔다.
왕 전문가는 "일부 회원국의 합의 위반이 증명될 경우 사우디가 감산 부담을 얼마나 오래 지려고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