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그룹 사기가 국기와 함께 찬바람을 맞으며 휘날리고 있다. /오세성 기자
삼성그룹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가운데 계열사와 미래전략실 임직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가 예정에 없던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하며 추진됐다. 오너 경영에서 탈피해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해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검 이슈가 마무리되면 가시적인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체 예고된 미래전략실은 어떤 곳?
미래전략실은 1959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든 회장 비서실을 모태로 한다. 이 창업주는 계열사가 늘어가자 미쓰비시를 벤치마킹해 비서실을 만들고 계열사들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후 비서실의 그룹 내 입지가 점차 확대됐고 인사·감사·기획 등으로 업무 폭도 넓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뒤에는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부서명을 바꾸고 구조조정 등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구조조정본부는 2006년 전략기획실로 축소됐다가 2008 폐지됐지만 2010년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재조직됐다.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고 각 계열사에서 우수한 고과를 받은 차장급 이상 직원들이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미래전략실 팀장의 경우, 부사장도 사실상 사장급으로 대우하기에 사장급만 8명에 달하고 임직원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해체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규모다.
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임직원들은 각자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미래전략실은 5년간 파견근무한 뒤 원 계열사에 복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계열사들도 이에 맞춰 인사를 진행했는데 한 번에 전원이 돌아온다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미전실도, 계열사도 곤혹
"새로 조직을 만들지 않는 이상 당장 그분들 돌아올 자리가 없어요. 이전에도 같이 일했던 분들이니 거부감은 없지만 '큰집' 다녀온 분들에게 (우리들이) 고과에서 밀릴 텐데 전원이 돌아온다면 우리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죠."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러한 말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임직원 사이에서 '큰집'이라고 불리는 미래전략실은 파견을 마칠 때 높은 고과를 받거나 승진을 보장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들이 돌아오면 승진이 늦어지거나 심한 경우 퇴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는 것이다.
인사지원팀 외에는 진행상황을 알 수 없기에 미래전략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원 계열사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어디로 보내질지, 지금까지 맡아온 업무를 계속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서가 중복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전혀 다른 업무로 보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예전엔 큰집 다녀왔다고 대우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처럼 우르르 몰려가면 되레 찬밥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 직원들도 문제지만 계열사에 당장 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임원들은 이대로 짐을 싸는 것 아닌지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 기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로 분산될 전망이다. 인사와 법무, 경영진단팀은 각 계열사 조직으로 흡수되며 전략팀과 기획팀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으로 분리 통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일류화지원팀은 삼성생명으로, 커뮤니케이션팀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으로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재편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오너가 그룹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현재 체제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GE와 같은 글로벌 경영스타일로 전환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