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지하철공사 뿔났다…무임손실 보전 거부하는 정부 상대로 헌법소원까지 불사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무임손실 심화
-손실보전 요청만 20여년, 정부는 묵묵부답
-안전 재투자 위한 필수재원 확보도 어려워
-자칫 노인연령 논란으로 확산될 우려
도시철도 운영사들의 국고지원 공동건의문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노후 전동차로 인한 사고 등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중에도 정부가 무임손실에 따른 재정 지원을 회피하자 결국 전국 도시철도공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헌법소원 제기도 불사하겠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으로 안전불감증 해결이라는 화두는 물론이고, 노인 연령 조정이라는 화두까지 공론의 장에 서게 될 전망이다.
13일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나열 사장은 전국 16개 도시철도 운영사를 대표해 지난해 12월 개최된 운영사 회의결과를 공개하면서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국가의 보편적인 복지정책인 만큼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건의문도 함께 발표했다.
도시철도 운영사들은 지난 1997년부터 2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정부에 무임손실 보전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지난해말 회의에서공동대응에 나서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 1980년 시작된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도시철도 운영사들에게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혀왔다. 2015년에만 서울(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7개 도시철도기관의 무임손실은 4939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의 61.2%를 기록했다. 이들 7곳 전체 승차의 16.6%를 무임수송이 차지한 결과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상황은 심각하다. 2010년 대비 두 공사의 유임인원 증가율은 2.7% 수준인 것에 비해 무임인원 증가율은 15.4%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2030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라, 재정악화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무임손실로 인한 재정악화는 운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에게도 중대한 문제다. 지하철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노후 설비로 인한 지하철 사고가 늘고 있는데, 무임손실로 인해 여기에 투자할 재원 마련은 막막한 실정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노후 설비 개선에) 수조 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나,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철도 운영기관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1기 지하철인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더욱 답답해 한다. 지난달 발생한 '잠실새내역 전동차 화재'도 26년이 넘은 노후 전동차가 원인이었다. 뻔히 예견된 사고였지만 재원 문제로 예방하지 못했고,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 산하 국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는 지자체 운영기관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정부로부터 손실액의 평균 70%를 지원받고 있어 도시철도 운영사들은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 산하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대한 손실보전 법률근거가 없고 일부 지역에 국한된 주민 복지와 관련되는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도시철도는 "국가공기업과 지방공기업 간 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무임수송은 법령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시행되는 복지 서비스로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열 사장은 "무임수송은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법령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보편적 복지서비스인데도 운영기관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선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재산권 침해·평등원칙 위배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에 국무회의 결과 70세 이상에 운임을 50% 할인하며 시작됐다. 이후 1984년부터 현재와 같이 65세 이상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매 선거 때마다 노인 복지 과잉 논란이 빚어지면서 노년층 무임승차 제도의 존폐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특히 지난 2010년에 김황식 전 총리가 "노인에게 공짜로 지하철 표를 나눠주는 것은 과잉복지"라는 발언을 해 공론화되었다.
이 발언은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자는 의미였지만, 대선을 앞두고는 노년층의 기초노령 연금제도 폐지로 확대되어 노소(老少) 간의 세대갈등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번 전국 16개 도시철도공사의 공동대응 방침 역시 손실 보전 방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로 인한 사태이나, 노인연령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