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에 시민의 안전을 위한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취임한 김태호(56) 사장은 지하철 승강장 내 비상시 시민들의 대피에 장애물이 되는 자판기와 매점의 철거를 예고했다. 김 사장은 이미 굳어진 오랜 관행이라도 안전을 위해서는 과감히 바꿔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지난 1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좁은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된 음료수 자판기 또는 매대는 비상시 승객의 대피 동선에 방해가 된다. 계약이 만료된 것을 철거하거나 협의를 통해 대합실 등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오랜 시간 관행으로 내려오던 것을 바꾸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자판기와 매대가 철거된 서울역 승강장 모습 /사진=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 페이스북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서울역, 신촌역, 신도림역에서 자판기·매대가 철거된 사진들을 철거 이전의 사진들과 함께 올렸다. 철거 이전의 사진에서는 자판기 등이 들어서 평상시에도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특히 중간에 놓인 계단 양 측면으로 난 협소한 통로의 경우 장애의 정도가 심하다.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피를 막았을 장애물이다. 철거 이후 사진에서는 그 장애물들이 사라지면서 대피로가 확보된 것이 확인된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계약이 만료된 1차 철거 대상 20개역 음료수자판기 21개 세트 중 교대역과 신촌역 등 14개역 15개 세트를 이미 철거했다. 철거 대상인 임차인들에 대해서는 대합실이나 역 간 이전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판매가능품목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신문, 복권, 음료, 과자, 건전지, 전화카드, IT 관련제품에 한정되던 품목들이 편의점과 유사한 품목들로 자유화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는 게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항상 불편했는데 통행권이 보장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자판기와 매대가 철거된 신촌역의 모습 /사진=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 페이스북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의 시정 질의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추진과정에서 김 사장의 안전에 대한 의지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KT에서 20년 넘게 재직한 뒤, 하림그룹과 차병원그룹을 거쳐 2014년 8월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2016년 8월 민간회사 CEO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메트로 사장에 취임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재직 당시 김 사장은 2015년 국민안전처 주관 재난관리 평가에서 공사를 2개 부문 최우수기관으로 이끄는 등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경험을 높이 평가받아 서울메트로 부임 당시 서울메트로 안전관리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김 사장은 서울메트로 사장 취임식 당일 관행에 연연하지 않고 몇 달 전 사고가 발생한 구의역을 찾았다. 당시 그는 "안전은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에 다른 가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기본에 충실한 업무 수행으로 구의역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 서울메트로 내에서는 "산업공학도 출신이어서인지 형식이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며 실질과 내용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