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와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올해 대기업들의 신규 인력 채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4년여 만에 처음 뒷걸음질 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2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시장 상황이 최악 수준이었던 2010년 9월 6만명 줄어든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매달 15만명 가량 늘어나던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는 7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11월 증가 폭이 3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한 달 뒤인 12월에는 1만4000명 줄어들며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3배 넘게 확대됐다.
반면 퇴직한 직장인들의 유입 등으로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직원 1∼4인 기업의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2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2014년 8월 12만7000명 늘어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1∼4인 기업 취업자 수는 2015년 1월 이후 22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지난해 11월 4만명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고 지난 달에는 증가 폭이 3배 넘게 확대됐다. 5∼299인 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7000명 늘어나며 전달(26만4000명)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이는 2013년 3월 15만5000명 늘어난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작은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고용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영향에 따른 제조업 불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제조업체 중 상당수는 직원 수가 많아서 통계상 3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 상황이 중소기업보다 더 좋지 않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명 감소하며 2009년 7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상당수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10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만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2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 대부분은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올해 채용 규모가 1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2년 2만6100명의 신입 공채를 채용했지만 2014년 말부터 진행한 방산, 화학 부문 계열사 매각 등의 여파로 이후 채용 규모가 줄었다.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만4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보다 더욱 감소해 1만명을 밑돌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미뤄왔던 임원 인사를 최근 단행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신입사원 공채를 예년처럼 다음 달부터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채용규모는 전년 수준인 약 1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5년 9500명 채용 계획을 밝힌 후,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