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CEO(최고경영자) 함영주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96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KEB하나은행의 새로운 미래를 다지는 데 영업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함 행장은 저금리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자로 먹고사는 사업구조를 더 다양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야 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KEB하나은행은 21일 오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함영주 행장을 차기 행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함 행장은 내달 하순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차기 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
지난 2015년 9월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함 행장은 옛 하나은행 전산시스템과 외환은행 전산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통합노조 출범에 기여하는 등 하나·외환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조 통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데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포용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탕평책도 한 몫했다. 승진 인사 당시 출신과 상관없이 오직 영업실적을 고려한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조38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9699억원)보다 43% 늘어난 규모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옛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공동 마케팅·영업을 본격화했다. 불확실한 국내외 금융 환경에 갈 곳 없는 대기성 자금이 금리가 거의 없는 보통예금 등 저원가성예금에 몰린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하나금융그룹도 지난해 1조345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2012년 옛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옛 하나·외환은행 간 전산 통합을 계기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수익성 좋은 가계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그는 최근 퇴직자를 재채용하는 등 영업에 초점을 맞춘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함 행장은 지난 1월 인사에서 2015~2016년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희망퇴직한 50대 지점장 중 영업 성과가 우수했던 4명을 지점장으로 재채용했다. 이미 퇴직한 지점장을 다시 채용한 것은 은행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인사는 "경쟁을 통해 영업 일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함 행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지금까지 개인·기업영업 등 영업 일선에서만 활약해온 '영업통'이다.
함 행장은 40대 젊은 팀장급 인사를 지점장으로 대거 발탁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저금리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도 찾아야 한다.
특히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모바일 전쟁'에서 시장을 선점할 전략을 마련해 실행하는 건 차기 행장으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핀테크'를 장착한 은행 산업은 영업점 중심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 조금만 헛디뎌도 피 말리는 경쟁구도에서 도태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모그룹인 하나금융의 하나멤버스를 발판으로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멤버스 회원은 현재 800만명 수준이다. 경쟁업체의 비슷한 플랫폼인 신한금융 판클럽(520만명), KB금융 리브메이트(76만명), 우리은행 위비멤버스(300만명)를 제치고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부수 거래 확대를 위해 통신사뿐 아니라 영화관, 헤어샵 등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고객 늘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신상품 개발도 필수적이다. 지난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텍스트 뱅킹을 출시한 하나은행은 올해도 핀테크 관련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영토 확장도 과제다. 올해 하나은행은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 주로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지분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각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및 지주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신임 하나캐피탈 사장에 윤규선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펀드서비스 사장에 오상영 전 KEB하나은행 전무를 내정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연임됐다.
더불어,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또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지주 사내이사인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부회장의 임기를 연장했다. 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원회는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