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줄줄이 이어졌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시중은행의 수장들은 모두 인선을 마쳤고, 이제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NH농협금융지주만 남았다. 임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수출입은행장의 후임은 아직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가운데 NH농협금융은 기존 김용환 회장의 연임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다음달 5일에 끝나며,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 28일까지다.
◆수출입은행, 직무대행체제로 가나
차기 수은 행장에는 아직 하마평조차 없다. 관료출신부터 내부인사, 공모까지 막연한 가능성만 나오는 상황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일단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2월 김용환 전 수은행장이 임기를 마쳤을 당시에도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한달 여간 전무이사가 직무를 대행했다.
수은 행장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때문에 기재부 등 관료 출신들이 주로 행장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 행장처럼 민간에서 발탁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후임 행장으로 내부 출신이 올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린 만큼 예측하기는 더 힘든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에서 수출입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후임자 공모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정실인사 등으로 흐르지 않도록 잘할만한 사람으로 뽑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행장의 임기동안 조선과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적은 좋지 않다.
수은의 순이익은 2014년 668억원에서 2015년 22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적자 규모가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NH농협지주, 첫 연임 회장 나올까
김용환 회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협금융의 약점으로 지목되어 왔던 숨겨진 부실을 모두 털어낸 데 이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신임이 두터운 상황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부실대출과 관련해 '빅배스'(Big Bath)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이 때문에 상반기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흑자로 돌아서며 지난해 3210억원의 순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0.2% 감소한 수준이지만 빅배스를 감안하면 사실상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였다.
만약 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다면 지주 회장으로서의 첫 연임은 물론 임기 채운 것도 처음이다.
올해 금융권에서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